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상품무역협정(태국 제외) 타결은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주력 수출품인 철강 및 자동차 제품에 대해 중국보다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이끌어냈지만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말레이시아 등으로부터 일본·아세안FTA의 시장개방 수준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경제규모가 큰 태국이 국내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옥의 티'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부 부정적인 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와의 협상에서 일본 수준과 동등한 수준 이상의 개방을 얻어냈고 국내 농산물시장의 개방 폭을 좁혀 전체 협상 결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외교부는 한.아세안FTA 체결로 아세안에 대한 수출이 약 100억달러,무역흑자가 6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아세안FTA보다는 유리

한·중·일 3국은 중국이 지난해 7월 아세안과의 FTA협정을 발효했고 일본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FTA 협상을 진행해오는 등 그동안 아세안과 경쟁적으로 FTA를 추진해왔다.

누가 더 높은 개방 수준을 이끌어내는가에 따라 동남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특히 자동차·철강 분야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외교통상부는 자동차 분야에서 얻어낸 양허수준이 중국보다 매우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호대상인 초민감품목(HSL)에 대해 중·아세안 FTA에선 수입액 상한선이 없으나 한·아세안FTA에서는 엄격한 수입액 상한선(3%)을 적용,아세안이 시장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

한국은 또 농·수·축산물 분야에서 쌀,닭고기,활어 및 냉동 어류,마늘,양파,고추,대부분의 과일을 초민감품양허제외 품목(3%)에 포함시켜 국내 시장에 광범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자동차 등은 일본보다 불리

그러나 일본과 비교해선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공산품 양허수준이 다소 낮은 것으로 분석돼 한국 기업의 진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말레이시아는 일본에 대해선 완성차(2000cc 이상)에 대한 관세를 2010년부터 철폐하기로 했지만 한국에 대해선 수출액의 60% 해당 품목만 2010년까지 관세를 철폐하고,추가 20% 품목에 대해서는 2016년까지 관세인하키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은 1980년대부터 말레이시아와 자동차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와 특혜적인 무역조건을 양허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현지생산·판매 기반을 완비해 현재 아세안 시장의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4.6%에 불과하다.

철강의 경우도 중국보다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양허받았으나 일본과 비교해선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양허수준이 낮다.

국내 철강제품 수출에서 아세안은 중국 일본에 이은 제3위 수출시장이다.

○연내 상품협정 발효 목표

한·아세안FTA는 이번에 타결된 상품무역협정 외에 서비스·투자협정이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타결된 상품무역협정은 이달 중순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개최될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정식 서명되며 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연내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별도로 진행되는 서비스·투자협정도 12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이전에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측은 또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관세 부여에 관한 사항은 5월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심도 있게 논의키로 했다.

한편 태국은 국내 정국 사정상 이번 상품양허안 타결에 참여하지 않아 한·아세안 FTA는 아세안 9개국과 한국이 당사국이 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