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수수료로 살아가는 증권사가 아니라 종합자산관리와 IB(투자은행)사업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국제적 투자은행 수준의 수익구조를 갖는 증권사로 가는 기초를 닦아 놓겠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5년 만에 최대인 2500억원에 이르는 순수익을 올렸지만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절대액으로는 목표치를 초과했지만 아직도 고객들 수수료에 많이 의존하는 불안한 수익구조가 불만이라는 얘기다.

박 사장은 "IB분야에서 30%,고객 수수료에서 30%,자산관리에서 30% 정도의 구조를 가져야 선진 증권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릴린치와 같은 안정적 수익모델을 갖춰야 증권사의 장기적 생존과 발전이 보장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왜 메릴린치 모델인가.

"세계적 종합증권사로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모델 개발에 성공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IB,자산관리,브로커리지 수수료 등이 고르게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세계적 증권사들과 달리 자체적인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개발,고객의 니즈(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도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작년 순이익이 2004년의 여섯배에 달했는데.

"절대금액은 괜찮은 수준이다.

올해 시장 전망을 해보면 작년만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이 높다.

특히 IB쪽에서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통합에 대한 비용이 들어갔고 지배구조 변화의 문제도 있었다.

올해는 IB와 자산관리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 증권사는 외국회사와 제휴가 잘 안되는데.

"선진 금융기법을 따라가는 최고의 방법은 합작이지만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고,국내 증권사의 수익구조도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경영권을 요구한다.

경영권이 있어야 한국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다든가 하는 자신들의 글로벌 전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권을 주지 않으면 합작은 어려워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IB사업을 어떤 식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인지.

"부문별로 제휴해 나갈 생각이다.

가장 빨리 현실화되는 것은 채권과 파생상품 분야일 것이다.

5월 중 제휴를 발표하고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은 채권시장이 미성숙단계이기 때문에 외국계로부터 제휴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자산운용과 PB(프라이빗 뱅킹)쪽도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IB시장의 전망은.

"앞으로 3~4년간은 M&A(인수·합병)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도 이에 대비해 팀을 하나 더 만들었다.

M&A 대상 기업에 대한 기업평가 등 기업컨설팅도 중요하고 필요할 경우 직접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리스크를 평가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정부도 국내 IB성장을 위해 '딜'의 성격에 따라 국내 회사를 매각주간사로 하고,외국사를 보조주간사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거꾸로 외국계가 주간사를 하고 국내사가 보조를 할 경우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은 고사하고 수수료조차도 배분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우수한 인력이 많이 필요할텐데.

"그래서 성과보상 시스템을 정착시키려고 한다.

일을 많이 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돼야 외국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다.

스카우트를 위해 홍콩에 간 적이 있는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그들의 수준을 맞춰줄 수 없었다.

또한 그들은 성과를 내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데 우리 문화는 아직 이를 수용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데려 올 계획이다.

또 조만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의 화두는 '고객들에게 돈벌어 주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돈을 불려주는 곳이 되지 않으면 신뢰도 가치도 없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맞는 금융·부동산 투자와 세무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춰나갈 것이다.

점포 전략도 이 같은 고객의 특성을 감안해 짜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올해 고객자산을 작년보다 10조원 늘어난 45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미국에서 메릴린치가 성장하는 데 걸린 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모두 1년 정도는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자본금 규모를 적정하게 정부에서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적정한 규모의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을 것이고 일부는 합병을 하게 되고 안되면 특수한 부문만을 전문으로 영업하는 등 시장재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정부 스스로 디스카운트 시장을 만들면 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해 놓는 것이다."

▲주식시장 전망은.

"올해 '하우스 뷰'(회사 공식전망)가 코스피지수 1650이다.

환율문제를 많이 얘기하는 데 호들갑 떨 이유가 없다.

생각보다 심각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고 위안화 절상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업 수익성이 안정화되고 있고,투자자들의 패턴도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김용준·사진=허문찬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