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위기는 나의 기회(?)'

달러당 원화 환율 급락 등 최악의 경영환경과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현대·기아차가 사상 최대 위기에 빠지자 해외 경쟁업체들이 '현대·기아차 죽이기'를 본격화할 조짐이다.

무섭게 성장하던 현대·기아차에 걸린 브레이크가 강하면 강할수록 돌아오는 '반사 이익'도 크기 때문이다.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세계 주요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소형차 시장에 새로 뛰어들고,상대적으로 유리한 환율을 감안해 가격 인하 공세를 펼치는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현대차엔 차세대 핵심부품을 납품하지 말라고 협력업체에 압력을 가할 정도다.

현대·기아차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메이커.이들은 세계 주요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직접 부딪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차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실제 최근까지 미국에서 2000cc 이상 중대형차 판매에 주력해온 일본 메이커들은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소형차 '야리스'를,닛산은 1800㏄급 '바사'를 출시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소형차 모델을 차례로 투입해 1993년 0.8%에 불과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4%대로 끌어올린 것을 감안,현대차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폭스바겐도 현대차 사태가 터진 뒤 1만5620달러짜리 소형차 '래빗'을 미국에 투입키로 최근 결정했다.

가격 인하 공세도 거세다.

일본 메이커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세계 주요시장에서 가격 인하,무상 옵션 장착 등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야리스(1만3130달러)를 현대 베르나(1만3845달러)보다 싸게 판매하고 있다.

미국 업체 역시 판매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차값 깎아주기'에 들어간 상태다.

GM의 경우 연초 미국시장에서 판매 중인 76개 모델 중 57개 차량의 평균가격을 1300달러나 낮췄다.

GM과 포드가 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시장에서 '애국심 마케팅'을 들고 나올 경우 현대·기아차에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환율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부터 수출 단가를 3% 인상한 데다 앞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판매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