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 헌법 해석 기관인 헌법위원회는 30일 대규모 노·학 연대 시위를 촉발시킨 최초고용계약(CPE,26세 미만 근로자는 2년 내 언제든 해고)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노동계와 학생,위헌 소송을 제기한 제1야당 사회당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31일 저녁(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CPE 법안을 공포할지 말지에 대한 소신을 밝힐 예정이어서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조.학생,"시위 부르는 결정" 헌법위의 CPE 합헌 판결은 일찍부터 예견됐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을 비롯해 10명의 헌법위원 중 대다수가 현 정부와 비슷한 우파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위는 청년 고용 증진을 위한 특별 조치가 헌법에 허용돼 있으며 CPE는 헌법에 명문화된 노동권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프랑스 최대 학생 조직인 UNEF의 브뤼노 쥘리아르 회장은 프랑스2TV와의 인터뷰에서 "시라크 대통령이 CPE 법안을 공포하는 것은 시위대를 멸시하는 조치이자 무책임한 태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5대 노조 중 하나인 CFE-CGS도 헌법위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시위를 부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와 학생들은 지난 28일 약 300만명(시위대측 주장)이 참여한 총파업에 이어 오는 4일에도 전국적인 규모의 파업과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또 헌법위 판결에 앞서 2000여명의 프랑스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파리와 지방 주요 도시의 기차역과 간선도로를 봉쇄하며 시위를 벌여 한때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시라크 대통령 선택 주목 공은 시라크 대통령에게로 넘어왔다. 의회 내 여권 소식통들과 AFP통신은 시라크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공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법규상 대통령의 법안 서명은 헌법위 판결 후 9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 일부에선 시라크 대통령이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직권으로 법안을 의회에 돌려보내 재심의를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CPE 법안을 밀어붙인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시라크 대통령과 빌팽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간 르 피가로 최신호(4월1일자)에 따르면 시라크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로 전월 대비 3%포인트,빌팽 총리의 지지율은 29%로 5%포인트 떨어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