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투자자들이여,조심하라.미국 의회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포츠월드가 미국내 6개 항만을 운영하는 영국 P&O를 인수하려 하자 의회가 지난달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이번 소동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미국 정부가 공식 심사를 거쳐 지난 1월 이 인수건을 승인했지만 미국 국회의원들은 사전에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며 분개했다.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규제하는 법인 엑슨-플로리오를 대폭 보완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이 법은 일본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을 인수하려 했던 1988년에 제정된 것으로 보호주의의 산물이다. 엑슨-플로리오법은 작년 중국 CNOOC란 석유회사가 미국 유노컬을 인수하려 했을 때 보완을 위한 개정이 시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부시 정부는 인수 승인 여부를 검토할 때 의회와 긴밀히 조율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보호주의의 압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미국 의원들은 엑슨-플로리오법 개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의회는 부시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하원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좀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될 수 있는 외국인 투자를 검토하는 패널,즉 미국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서 생길 수 있다. 미 재무부가 이끌고 있는 Cfius는 경제적 이해관계에만 주목한다는 비판을 의회로부터 들어왔다. 현재 상하 양원 모두 Cfius의 이런 기능을 국토안보부나 국방부로 넘기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한 상태다. 이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은 Cfius가 외국인투자 문제를 의회에 브리핑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Cfius의 검증 절차에 의회가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방안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의회가 특정 인수 계약을 막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범주를 추가하는 것도 강력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국가안보를 평가하는 Cfius의 핵심 기능을 자칫 혼란시키고 경제안보를 폭넓고도 모호하게 규정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사악한 방법으로 미국 사람이나 자산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전화를 도청하려고 전화회사를 사려 한다거나 비행기를 뺏으려고 항공사를 인수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진정 위협하는 거래를 막는 데 주저해선 안된다. 하지만 그런 결정은 엄정한 분석에 기초해야 하고 보호주의자나 외국인 혐오증에서 출발해선 안된다. 그런 방향이라면 엑슨-플로리오와 Cfius에 제안된 변화는 위험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로펌 DLA파이퍼의 파트너인 존 버로누가 최근 '아시아 투자자들이여,조심하라'(Asian Investors,Beware)란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