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상으로는 1개 목에 지나지 않는 딱정벌레는 그 안에 무려 38만 종이나 되는 다양한 무리들을 포함한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난 30억년간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의 90%가 멸종한 반면 딱정벌레는 오히려 더 번성한 이유는 뭘까. '딱정벌레'(박해철 지음,다른세상)는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해 딱정벌레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검정넓적비단벌레 속의 비단벌레들은 숲에서 산불이 나면 가장 먼저 화재현장으로 달려가 짝짓기를 한다. 불탄 나무에서 짝짓기를 하면 송진같은 나무의 방어성 수액이 나오지 않아 애벌레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 폭탄먼지벌레는 폭발을 일으키는 두 종류의 화학물질들을 몸 안에 갖고 있다가 유사시에 이 둘을 반응시켜 폭발시킨다. 그런가 하면 등얼룩풍뎅이에겐 골프장의 잔디가 식탁이다. 이 책은 딱정벌레의 신체 구조와 진화과정에서의 다양한 변신,먹을거리와 삶터,생존경쟁,짝짓기,2억9000만년이나 되는 역사와 인간과의 관계 등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쉽고 친근하게 전해준다. 특히 '딱정벌레 사생활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설명하는 다양한 딱정벌레들의 특성은 흥미 만점이다. 560쪽,4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