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6:13
수정2006.04.08 19:59
(주)한국화이바(회장 조용준 www.fiber-x.com)의 이름은 친숙하다.
60만 대군의 방탄모였던 '철모'를 복합섬유 소재인 '화이바(Fiber)'로 대체한 곳이 바로 이 회사기 때문이다. 최첨단 복합소재 개발로 한국 유리섬유 업계를 이끌고 있는 (주)한국화이바는 한국카본,한국 신소재,태림,ADS RAIL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명실상부한 '마켓리더'다. 자회사들은 각각 유리섬유?탄소섬유를 활용한 복합소재를 비롯해 이를 재료로 하는 건설?철도차량의 내외장재,대형 파이프,조선?항공?방위산업 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산 8인승 경량 항공기의 동체와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여객기 보조 날개 등도 이 회사가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엄청난 압력과 온도 차를 이겨내야 하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탱크의 핵심소재,레이더기지의 레이더 돔(Dome) 같은 첨단 제품도 (주)한국화이바의 생산품 목록에 들어 있다. 이 중 'LNG운송선'은 전 세계 조선社에 공급되고 있는 효자품목이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 헥셀 같은 세계적 소재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지만,이 회사는 해외에서 단 한건의 기술도입이나 제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기초 소재는 물론 완제품과 제조공정에 쓰이는 생산설비까지 '토종' 기술력으로 일궈냈다.
그 기술력의 근간은 창업주인 조용준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나온다. "독창력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던 조 회장은 일제시대 소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하지만 그는 남다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현장에서 산지식을 쌓았다. 이 회사의 생산현장이 연구소를 방불케 할 정도로 R&D에 주력하는 것도 조 회장이 현장에서 절실하게 깨달은 '기술'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지난 1998년 그가 토목분야에 '유리섬유 복합관(GRP Pipe)'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냉소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전임직원들이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하나 둘씩 연구한 결실들을 선보이자 상황은 달라졌다. "안 된다"를 "된다"로 바꿔놓은 뚝심경영의 사례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토목용 유리섬유 복합관은 그래서 탄생했다. 유리섬유복합관은 철관이나 구리관보다 강하며 가볍고 값도 싸다.
(주)한국화이바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선정한 3개의 국책과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자동 자세제어 능력을 갖춰 곡선궤도가 많은 기존 철로에서 시속 160km/h 정도로 빠르게 주행할 수 있는 철도 '틸팅차량(TT?)', 물 위를 달리는 비행기로 불리는 '위그선(WIG)',연료전지버스(BRT)등 하나같이 첨단 기술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특히 틸팅차량은 세계 최초로 복합 재료를 사용해 '일체형 열차' 제작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발표 당시 "한국에서 이런 성공을 거뒀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며 일본인들이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기술의 강점은 몸체 전체를 한 조각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 기존에는 열차 한량을 만들 때 많은 조각들을 조립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진동에 약했다.
그러나 일체형의 경우 실험 결과 진동을 4~5배는 더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구성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사실.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주)한국화이바는 연간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해 밀양시 세수(稅收)의 2~3%를 이 회사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밀양의 농지 한 가운데에 위치한 (주)한국화이바는 기업과 지역사회,지역사회와 국가가 순환 고리를 맺으며 더불어 성장하는 글로벌기업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