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 되면서 널리 불려진 노래가 있었다. "무쇠 골격 돌 근육 소년 남녀야/ 애국의 정신을 분발하여라/ 다다랐네 다다랐네 우리나라에/ 소년의 활동시대 다다랐구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골격과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나라의 일꾼으로 만들자는 의미의 노래였다. 조선체조연맹이 건국초기 사업으로 '보건체조'를 만든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체조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53년 서울시공관에서 가진 '신제(新制)국민체조' 발표회를 계기로 라디오의 음악반주와 구령에 맞춘 체조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동작위주로 구성됐고,상체의 경직된 근육을 푸는 동작들이 많았다. '잘 살아보자'는 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는 '재건체조'가 있었고 이어 '신세기체조'를 거쳐 1973년도엔 아직도 감회가 새로운 '국민보건체조'가 탄생했다. "국민보건체조 시작 ~"이라는 구령과 함께 경쾌한 음악이 곁들여진 이 체조는 한때 대한민국의 아침을 깨우는 맨손체조로 각광받았다. 요즘에는 '키크기체조'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기의 비결은 체조인지 춤인지 분간 못할 재미있고 우스꽝스런 동작들이 많아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란다. 상체와 팔을 움직이는 오리춤이 있는가 하면 두 다리를 맘껏 떠는 개다리춤이 있고,변형된 봉산탈춤도 들어 있다. 이 체조를 익히면 웬만한 춤의 기초실력은 다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키크기'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우리 아이의 키가 조금이라도 더 컸으면"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18세기에 처음 생겨난 체조는 신체의 고른 성장을 돕는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운동으로 알려져 국가의 교육시책으로 적극 장려되고 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불과 몇 분 동안의 체조로 어린이들이 좀 더 건강해지고 정서적으로도 차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