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57
수정2006.04.08 19:51
올들어 펀드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펀드별 성적표가 확 바뀌었다.
그간 승승장구했던 고수익펀드는 수익률이 바닥에서 헤매는 중이다.
성적표 맨 밑에서부터 이름을 찾는 게 훨씬 빠르다.
반면 다소 생소했던 펀드들이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된 까닭은 뭘까? 증시가 조정을 받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산운용사들의 조급증도 한 요인인 건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수익률 상위를 기록했던 자산운용사들은 작년에 모처럼 강세장이 나타나자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주식편입비율이 90%를 넘는 펀드가 수두룩했다.
과학적 분석을 거쳐 종목을 선택한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유동성이 적어 변동성이 큰 중소형 종목도 마구 사들였다.
이렇다 보니 높은 수익률을 꼼꼼히 확인하고 가입한 펀드가 조정장에서 하루아침에 '꼴찌' 펀드가 돼 버린 것이다.
'수익률 몇%'라는 숫자를 앞세워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만 치중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투자자들로선 당연히 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8월 유명 펀드에 가입했다는 한 투자자는 "한동안 잘 나가는 것 같더니 얼마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며 허탈해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수익률 급락이 일부 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시켜 증시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운용사 사장은 "현 증시의 가장 큰 위험은 '경마식 수익률 경쟁'을 벌이는 펀드 실상이 드러나 모처럼 증시로 방향을 튼 시중자금이 다시 이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수익을 기대하고 펀드로 유입된 돈이 펀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조정이 깊어지고 회복 중인 경제에도 큰 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단기에 대박을 터뜨리려는 투자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하지만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조차 하지 않는 자산운용사도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모처럼 불어온 간접투자 붐을 스스로 꺼버리는 근시안적인 자세는 달라져야 한다.
그게 한국증시를 강타했던 'IT거품'의 악몽이 '펀드거품'으로 재연되는 걸 막는 길이다.
백광엽 증권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