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디자이너 박준,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 가수 서태지. 일반적인 잣대로 보면 이들은 그저 패배자일 뿐이다.


박준은 초등학교 졸업, 앙드레 김은 중학교 중퇴, 서태지는 공고 중퇴가 학력의 전부니 말이다.


이들은 그러나 각자의 분야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요인에 공통점은 없을까.


지난 12일 경상남도 김해시 김해문화의전당에서 '황제가 되자, 황제를 꿈꾸자'를 주제로 열린 특강에 참석한 고3학생들은 그 답을 찾은 표정들이었다.


김해시가 주최하고 한경 가치혁신연구소가 후원한 이날 특강의 연사는 김광호 콤비마케팅연구원장. 그 자신 학창 시절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결국 '골프와 경영'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 사람이다. CEO교육사이트인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 이제까지 5분짜리 동영상 특강을 200회 가까이 연재해 CEO들 사이에서는 가장 유명한 기업체 강사다.


김 원장은 특강에서 "청소년들이 미래에 자기 나름의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꿈을 가져야 한다"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IT 황제' 삼성전자를 예로 들었다. 우즈는 '골프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삼성전자는 '사업보국과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고 지난 1975년 같은 해에 태어난 우즈와 삼성전자는 결국 그 꿈을 이뤄 황제가 됐다는 설명.


지금은 이 둘이 황제의 자리에 있지만 그것은 철저히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즈는 미국 사회의 변두리 그룹일 수밖에 없는 혼혈청년이었고 삼성전자는 아시아의 후발 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훈련해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개척해온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04년 슬럼프에 빠졌던 우즈는 특수부대 입소를 자청해 1만피트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등 가혹한 훈련을 받았다. 삼성전자도 평균근속연수가 6.8년으로 50대 기업 가운데 41위에 불과할 정도로 '공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문화 속에서 임직원 모두가 '학습 벌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 원장은 우즈와 삼성전자의 사례에서 보듯 청소년들이 자기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나에게만 있는 특별함을 강점으로 만들고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명의 황제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봉사했지만 지금은 한명의 '황제'가 수십만명을 먹여살리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공부가 아닌 영역에서도 이런 핵심인재가 될 방법은 너무나 많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특강은 김 원장의 강연을 들은 김해시 여성 CEO들이 "우리 아이들이 꼭 들어야 할 강의"라며 송은복 김해시장을 졸라 이뤄졌다. 수능을 마친 고3학생 1700여명이 참석해 3층짜리 오페라하우스가 꽉 찼다. 김성욱 군(김해 분성고등학교 3학년)은 "이번 대학입시엔 실패했지만 스포츠 마케터라는 꿈을 갖고 있는 만큼 나만의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해=신희철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ksk3007@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