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A to Z] (2) 적립식 펀드로 장기저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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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1200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은 10월 초,'증시가 과열됐다'거나 '증권사 객장이 붐빈다'는 뉴스는 없었다.
주가가 10월11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조정을 받고 있지만 아마추어식 '뇌동매매'를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실제 증권사 창구에는 "한 달에 100% 수익을 내는 종목은 없느냐"는 전화 대신 "어느 투신사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으냐"는 문의가 주류를 이룬다.
개인의 직접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간접투자(펀드)가 확산된 결과다.
주식투자 문화의 이 같은 질적 변화는 분명 적립식 펀드 덕분이다.
◆장기 저축의 탁월한 투자 효과
적립식 펀드는 위험을 줄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용한 투자 방법이다.
주가 변동에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으로 주식을 사면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하고,주가가 낮을 때는 많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하게 돼 평균 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른바 '코스트 애버리징:cost-averaging·평균 매입가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정액분할법으로 주식에 장기간 투자할 경우 십중팔구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며 관련 통계를 제시했다.
미국보다 20년 늦게 국내에서 적립식 투자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저금리와 고령화의 영향이 크다.
강창희 미래에셋증권 투자연구소장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재테크 목적이 과거의 일시적인 목돈 만들기에서 노후 대비 등과 같은 장기 플랜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적립식 펀드는 저금리시대의 훌륭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펀드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식형 펀드에 정액을 불입한 투자자는 연평균 11%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식 펀드의 장기 투자 효과는 과거 데이터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대우증권이 지난 1990년 이후 2004년 말까지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전력 포스코 현대차 등 시가총액 '빅5'의 평균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 상승률(167%)의 2배를 훨씬 웃도는 407%에 달했다.
◆증시 체질,냄비 벗어나 업그레이드
적립식 투자와 목돈을 한몫에 불입하는 거치식 투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속성이다.
적립식 펀드는 통상 3~10년 동안 매달 일정액을 불입한다.
즉 5년 만기,10년 만기 주식 상품에 저축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한 번 가입하면 최소 몇 년 동안 주식시장에 물꼬를 대기 때문에 증시 수급에 둘도 없는 효자다.
여기에 신규 고객의 투자금액까지 보태져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불러온다.
미국 증시가 1980년대 후반부터 상승 랠리에 나선 것도 퇴직연금(401K)의 적립식 투자가 밑거름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적립식 펀드는 또 국내 기관(투신·자산운용회사)에 장기 투자의 기반을 제공한다.
손동식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과거에는 펀드 자금이 대부분 1년 미만짜리여서 투신사들도 단기 수익을 좇아 단타 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펀드 자금이 장기화하면서 장기 투자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월 일정액의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는 적립식 펀드의 구조상 투자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기도 힘들다.
주가가 앞으로 과거처럼 700~800선으로 폭락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손동식 상무는 "적립식 펀드 덕분에 증시 호황 때 밀물처럼 돈이 몰렸다가 한꺼번에 돈이 빠져 나가면서 악순환을 불러오는 냄비 증시가 사라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9월 말 현재 적립식 펀드 규모는 10조2400억원,계좌 수는 413만개다.
불과 6개월 만에 180만개 늘어난 셈이다.
업계는 내년 하반기에는 1000만개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사실상 모든 세대가 적립식 계좌를 보유하는 셈이다.
적립식 펀드는 가입 시점에 지나치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으며,지금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 불입액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