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4:30
수정2006.04.09 17:34
할리우드의 SF영화는 첨단과학과 상상력의 결합물이다.
'600만불의 사나이'와 '로보캅'은 인간과 기계의 합성,'데몰리션맨'은 냉동인간의 부활과 무의식 속에서 이뤄지는 교육,'AI'는 로봇세상과 DNA에 의한 인간복제,'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홍채 인식과 공중에서 왔다갔다 하는 자동차를 다룬다.
2002년에 나온 '턱시도'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의 위력을 펼쳐 보인다.
영화 속 턱시도는 미국 비밀첩보국이 만든 20억 달러짜리 비밀병기답게 입기만 하면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오를 수도 있고,각종 무술도 가능하다.
무슨 춤이든 추고 옆사람이 담배를 물면 알아서 라이터를 켠다.
영화처럼 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입는 컴퓨터는 우리 옆에 성큼 다가와 있다.
필립스와 리바이스가 MP3와 휴대폰 이어폰을 내장한 재킷 'ICD 플러스'를 개발한데 이어 독일 반도체업체 인피니언과 의류업체 로스너는 소매단추를 눌러 음악도 듣고 옷깃 헤드셋으로 전화도 하는 재킷 'mp3 blue'를 내놨다.
이대로 가면 2007년까지 미국ㆍ유럽의 PC 사용자 중 하루 6시간 이상 입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60%에 이르고 시장도 2008년 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기능에 따라 장애인을 위한 것과 신체 능력을 확장ㆍ보완해주는 것,엔터테인먼트용 등 다양한 용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의 걸림돌은 적지 않다.
배터리의 용량과 안전성,각종 선과 옷에 내장된 장비 처리도 그렇고 전자파 차단도 문제다.
그러나 IT(정보기술)와 NT(나노기술) BT(바이오기술)의 발전에 따라 강철보다 강하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기능성 섬유가 개발된 만큼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가 '유비쿼터스 시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ㆍ패션ㆍ비전'을 주제로 '입는 컴퓨터 패션쇼'를 열었다는 소식이다.
입는 컴퓨터는 외관은 물론 입은 사람의 느낌 또한 자연스러워야 한다.
개발에 패션업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섬유도시 대구가 최첨단 컴퓨터 의류의 고장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