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와 현대가 어울린 북구의 별..'스웨덴 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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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아를란다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45㎞.
별다른 구경거리 없는 큰 길을 내달리는 마이크로 버스 안에 가벼운 웃음이 번진다.
안내를 맡은 이순애씨의 말투가 조금은 낯설기 때문이다.
이씨는 스톡홀름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한국어 프로 가이드 겸 1인 여행사 사장.
처녀적 의학공부를 하러 건너온 뒤로 스웨덴인 남편을 만나 오래 눌러 살아서인지 아니면 스웨덴어 일본어에 영어까지 안통하는 말이 없는 언어감각을 못 다 풀어내서인지,서울에서는 좀처럼 대하기 어려운 억양이 웃음보를 자극한 것.
무엇에 대해 설명을 하고 ‘왜 그럴까?’를 연발하는 말투는 시골 초등학교의 꼿꼿한 교장선생님을 떠올리게 해 아련한 향수까지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곧 등을 곧추세우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 밖에 없다.짧은 방문기간 많이 보고 많이 배워 가라며 사회보장제도며 학제 등을 설명하느라 일분 일초도 쉬지 않는 모습에서 그의 먼 고향에 대한 애정이 읽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시내여행의 출발점은 드로트닝가탄(왕비의 거리)이다.
문화회관 뒤 일직선으로 뻗은 거리로 서울의 명동에 해당한다.
거리의 한쪽 끝에는 중앙전철역이 자리하고,다른 쪽 끝은 구시가의 왕궁과 국회의사당에 연결돼 있다.
거리 양 옆은 작은 식당이며 가게가 촘촘한 쇼핑상가가 형성돼 있다.
머리 위를 가로질러 펄럭이는 만국기가 사람들이 몰리는 거리임을 나타내 준다.
구시가인 감라 스탄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현대적인 빌딩들이 즐비한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중세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13세기 중반 요새가 세워진 이후 확대되면서 왕궁이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바로크양식의 왕궁은 건물 규모로 볼 때 유럽 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28년 이후 100년간의 황금시대를 대변해준다.
안으로 들어가면 역대 왕들이 썼던 왕관,보물류 등을 볼 수 있다.
왕궁에 스웨덴 국기가 펄럭이면 현재 국왕인 구스타프16세가 집무 중이라는 표시.시간에 맞춰 근위병 교대식도 거행된다.
왕궁 앞 수로에 코와 손가락만이 나와 있는 조각이 눈길을 끌고,낚싯줄을 드리우고 연어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왕궁 앞 짧은 다리를 건너면 오페라극장이 보인다.
조선의 세종대왕격인 구스타프3세가 혼자 연극을 하다 반대파에 저격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수로길 유람선투어가 시작되는 선착장의 그랜드호텔이 고풍스럽다.
130년 역사의 그랜드호텔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묵는 호텔로 유명하다.
선착장에서 보이는 왕립연극원은 영화로 널리 알려진 그레타 가르보,잉그리드 버그만이 다닌 곳.그레타 가르보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문화회관 건너 세르겔광장 인근의 Pub백화점에 들러볼 만하다.
그녀가 영화배우가 되기 전 모자를 팔던 상점의 점원생활을 했다는 백화점이다.
Pub백화점 옆 회토르게트광장에는 큰 야외시장이 선다.
100년 이상 된 유서 깊은 시장으로 청과물 등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판다.
지금은 99% 이상의 상인이 중동 이민자라고 한다.
시장과 맞붙어 콘서트홀이 무심히 서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는데 이곳이 매년 12월10일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는 곳이란다.
왕립연극원 뒤쪽의 비블리오텍스거리도 찾아보자.스톡홀름의 화려한 쇼핑가다.
밤이면 골목골목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성장을 한 젊은 남녀가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대를 받거나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젊음의 파티장이다.
빨간 조명의 상호가 눈에 띄는 스파이바가 그 중심에 있다.
낮과는 사뭇 다르게 화장을 하고 세련되게 차려 입은 여인들의 모습에서 스톡홀름식 밤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감라 스탄 건너편 제일 큰 섬인 쇠데르말렌섬의 피얄거리로 향한다.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던 섬인데 지금은 서울의 신촌처럼 젊음이 넘치는 곳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단다.
피얄거리는 서울의 남산에 비견되는 전망포인트.45개의 다리로 연결된 스톡홀름 14개 섬의 풍치를 맛볼 수 있다.
시내 전망으로 치면 관청의 섬으로 불리는 쿵스홀멘섬 남쪽의 시청사 전망탑에 올라야 한다.106m의 시청사 전망탑에 오르려면 땀을 뺄 각오를 해야 한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몇층 올라간 뒤 걸어 오르는데 한사람이 걸어도 벽에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은 길이 나선형으로 치솟아 있다.눈을 들어 앞을 보면 막다른 길 처럼 꽉 막혀 있는 듯 해 갑갑증을 느낄만하다.그러나 전망탑 꼭대기에서의 전망은 그 모든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빙 둘러가며 어디를 먼저 가 볼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데도 그만이다.
시청사는 콘서트홀과 함께 노벨상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만찬이 이곳 블루홀에서 열리는 것.홀 위쪽 벽에는 1만2000개의 파이프를 자랑하는 초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다.1년에 2번 콘서트 때 연주된다.블루홀은 원래는 지붕이 없었는데 이곳 특유의 궂은 날씨 때문에 지붕을 얹었다고 한다.
2층 골든홀은 이름 그대로 금빛 찬란하다.벽면이 금조각 모자이크로 입혀졌다.금조각이 자그만치 1860만개나 된다고 한다.블루홀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만찬을 하고,말라렌호수 전경이 멋진 프린스홀에서 인터뷰를 한 다음 이곳 골든홀에서 국왕 주재의 무도회가 열린다.달빛 별빛에 모자이크 황금이 은은히 반짝이는 이곳 골든홀 무도회의 품위를 상상할수 있겠는가.청사내 식당에서는 노벨상 만찬의 주메뉴를 맛 볼 수 있어 즐겁다.
섬 전체가 야외박물관인 뒤르가덴섬의 바사전함박물관에서는 스웨덴의 힘을 느낄 수 있다.‘북구의 사자’로 불리던 구스타프 아돌프2세가 건조한 거대 목조 전함이다.전함은 1628년 처녀 출항때 얼마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몰했는데 그 333년 뒤 인양돼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64개의 대포와 183구의 유골,생활도구 등 2만30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왕가족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드로트닝홀름도 필수코스다.스웨덴의 베르사이유궁전으로 불리는 궁으로 모두 220개의 방으로 되어 있다.각종 회화며 가구 등 왕들이 쓰던 생활집기를 볼 수 있다.프랑스식,영국식 등으로 꾸며놓은 정원이 각기 다른 색깔을 드러낸다.그랜드호텔이 있는 선착장에서 드로트닝홀름까지 유람선을 타고 가면 스톡홀름 앞 섬 풍경의 진수를 가슴에 온전히 담을 수 있다.
스웨덴의 정식 국명은 스웨덴왕국이다.스칸디나비아반도 동남부에 위치해 있다.서쪽으로 노르웨이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북동쪽은 토르네강을 경계로 핀란드에 접해 있다.동쪽은 보스니아만과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핀란드 및 독립국가연합과 마주 보고 있으며 남쪽은 카테가트해협과 순드해협 건너의 덴마크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국토면적은 45만㎢로 한반도의 2배 정도.남북의 길이가 1600㎞로 아주 길다.스톡홀름에서 로마까지의 길이에 해당한다.수도는 스톡홀름이다.18세기까지 수도였던 스톡홀름 북서쪽 65㎞ 지점의 웁살라에서 떠내려온 목재(스톡)가 닿는 곳(홀름)이란 뜻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는 900만명.95%가 루터교를 믿는다.통화단위는 스웨덴 크로나.1크로나에 137원 안팎이다.한국보다 8시간 늦다.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제를 실시한다.전기는 220V를 쓴다.여름철에 여행하기 좋다.스톡홀름의 평균기온은 6∼8월 20∼25도,9∼11월 5∼18도 정도.
볼보,사브,스카니아,테트라팩 등의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다.다아나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스웨덴 사람이다.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을 제외한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한다.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리만,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잉그리드 버그만,보컬그룹 아바,골프선수 애니카 소렌스탐 등이 낯익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호텔이 있으며 정부가 운영하는 가족용 숙소인 반드라렘이 곳곳에 있어 배낭여행을 하기에 좋다.캠핑카나 텐트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야영장도 많다.
스톡홀름 시내여행을 하려면 관광안내소에서 스톡홀름카드를 구입하는 게 낫다.
시내와 교외 대중교통을 무료 이용할 수 있으며 75개 박물관입장,보트관광,주차 등도 무료다.어른 기준 24시간 260크로네,48시간 390크로네,72시간 540크로네.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교포는 130명 정도.남강 아리랑 서울 부산 코리아 등 한식당도 꽤 있다.한국식품점도 있는데 서울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서울에서 스톡홀름까지 직항편은 없다.유럽 주요도시에서 연결편을 탈 수 있다.북유럽 주요도시와 실랴라인 크루즈로 연결된다.
스칸디나비아관광청(02)777-5943,www.visitscandinavia.or.kr.스톡홀름관광청 www.stockholmtown.com
스톡홀름=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