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편안해집니다. 뛰는 도중에 온갖 상념이 일어나다가 하나씩 정리되거든요."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55)는 생활의 일부가 된 마라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매주 두 차례 마라톤을 즐긴다. 월요일 저녁에는 방송드라마 '신화창조' 녹화를 마치고 여의도에서 청담동까지 15km를 1시간 만에 주파한다. 수요일 저녁 무렵에는 '문화가꿈달리기'란 이름으로 남산 케이블카 맞은편 산책로부터 국립극장까지 왕복 7.5km를 30여분에 달린다. '문화가꿈달리기'는 청계천주변 문화행사를 지원하는 성금모금을 목표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그는 여기서 시민들과 함께 달리고 5000원씩 기부받는다. 지금까지 2000여명이 달렸고 8500여만원이 모금됐다.


남산에서 달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파른 경사로 체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남산순환도로는 마라토너들이 선호하는 연습코스다.


그의 마라톤 이력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5년께 호암아트홀 개관공연으로 '햄릿'을 마치고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에도 압구정동 집까지 뛰어다녔다.


"연기를 하려면 건강이 받쳐줘야 합니다. 그래서 웬만한 운동을 다 해 봤어요. 한창 때는 무용도 배웠지요. 과거에는 달리면서 대사를 외우곤 했지요."


그가 지금까지 참여한 마라톤 대회는 하이서울마라톤,동아마라톤,서울시 마라톤 동호회원 친선경기 등 세 차례. 모두 하프마라톤코스에 도전해 2시간 안팎에 주파했다. 유 대표의 마라톤 취미가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호출을 받고 있다. 서울시 직장마라톤,강북구청 주최 마라톤,대한적십자사 주최 거북이 마라톤 등에 참가 요청을 받았다. 앞으로도 지역 마라톤대회에 줄줄이 참가할 예정이다. 아디다스사는 그에게 트레이닝복과 러닝화를 협찬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힘들 때 다른 사람이 괴로움을 대신해줄 수 없지요. 그러나 역경을 이겨내고 얻는 기쁨은 매우 큽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