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B, 제일은행 인수] 뉴브릿지 5년만에 1조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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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제일은행 인수전에서 HSBC(홍콩상하이은행)를 제친 무기는 뭐니뭐니 해도 '가격'이었다.
뉴브릿지캐피탈 입장에서는 투자수익률 외에 제일은행 직원들의 운명이나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 등 다른 요인은 전혀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뉴브릿지는 투자기간 5년 만에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얻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제일은행에 쏟아부은 공적자금의 70%를 건지게 됐다며 위안을 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5조원 이상을 손해본 셈이다.
○매각조건
주당 매각가격은 1만6천5백11원이다.
제일은행의 총 발행주식 수가 2억5백92만2천6백40주인 만큼 총 매각대금은 3조3천9백99억원에 달한다.
달러로 환산할 경우 33억달러.
제일은행 순자산가치(NAV:Net Asset Value)의 1.87배 수준이다.
지난해 씨티은행에 매각된 한미은행의 주당 가격은 1만5천5백원이었다.
한미은행 역시 총 발행주식 수가 2억주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만6천5백11원은 상당히 비싼 가격이라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 평가다.
한미은행 매각 이후 한국 은행권에 남아 있는 매물이 제일은행밖에 없다는 '희소성 가치'가 가격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SCB 입장에선 자신들보다 1년 먼저 협상에 뛰어든 HSBC를 이기려면 가격 조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갖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과감히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해득실
제일은행이 1998년 1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정부가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총 17조6천5백32억원에 달한다.
출자 형태로 5조7천7백여억원이 들어갔고 부실채권 매입과 뉴브릿지와의 풋백옵션 계약(일정 기간 내에 부실화하는 자산을 정부가 장부가로 사주거나 손실액을 현금으로 메워주기로 한 약속) 이행에 각각 2조7천6백여억원과 9조1천여억원을 썼다.
그러나 회수한 금액은 작년 말 현재 10조3천억원에 그쳐 이번 지분매각 대금 1조7천억원을 받고 향후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천억원을 추가로 회수해도 총 회수대금은 12조3천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결국 전체 투입자금 가운데 5조3천억원은 손실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정도 손실은 외환위기 당시 붕괴 직전에 있었던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데 들어간 비용으로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97년 말 제일은행을 청산했다면 국민경제가 부담해야 할 규모는 18조5천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비교하면 5조원 손실은 13조원 이상을 절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보는 "5개 퇴출은행과 서울·조흥은행의 평균 회수율은 60.9∼63.4%였다"며 "반면 제일은행은 70%가량을 회수할 수 있어 회수율이 양호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달리 뉴브릿지는 2백% 이상의 투자수익을 얻게 됐다.
뉴브릿지는 99년12월 제일은행 주식을 주당 5천원,총 5천억원에 인수했었다.
SCB는 이번 제일은행 인수로 한국 내 입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총자산이 5조1천억원에 불과한 한국 내 영업규모를 일거에 53조원 이상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SCB는 이날 발표문에서 "우리의 주요 전략목표는 아시아 3강이자 세계 10대 경제국인 한국 내에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추정으로 한국 은행업계는 약 4백40억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홍콩의 3배가 넘는 액수"라고 밝혔다.
SCB는 또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평가해볼 때 SCB는 이번 거래로 약 16%의 수입증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06년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