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경제교육에서 학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정이다. 특히 돈을 얻는 방법과 쓰는 방법은 거의 대부분 가정에서 익힌다. 하지만 '잘 버는 법'과 '잘 쓰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는 가정은 드물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은 국내외 가정의 경제교육 실태를 취재,분석했었다. 그 결과 한국의 대부분 가정은 아이들에게 통장을 만들어 주고 용돈의 일부를 통장에 저금하라는 정도만을 가르치고 있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윤소리양(10)은 통장에 1백만원 가까운 돈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설이나 생일에 친척들로부터 받은 용돈을 저금한 것이었다. 통장의 관리도 부모가 윤양을 대신해 처리해 주고 있었다. 반면 미국 콜로라도주 노스글렌마을의 브라이언 앤더슨군(10·웨스트뷰초등학교)은 어렸을 때부터 돈버는 방법에 대한 '실전교육'을 받고 있었다. 앤더슨군의 겨울 아르바이트는 제설작업.윤소리양과 같은 나이인 앤더슨군은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벌고 있었다. 물론 앤더슨군도 매달 20달러 내외의 용돈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이 정도의 용돈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철저한 포인트제를 원칙으로 앤더슨의 용돈은 지난달 실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앤더슨군이 집에서 맡은 일은 개 먹이주기,신문 주워오기 등 10여가지.하나의 일마다 한 달에 2달러씩 용돈을 받고 있었다. 이 일을 다 해야 20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용돈을 온전히 다 받으려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 일을 제때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만큼의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예컨대 개 먹이주는 일을 닷새 정도 게을리했다면 1달러50센트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열흘 정도 신문을 제때 주워오지 않았다면 용돈 1달러가 날아간다. 학교 생활도 용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 숙제를 빠뜨렸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다시 용돈이 줄어든다. 반대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되면 약간의 보너스도 돌아온다. 앤더슨군은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친구들도 대부분 자신과 비슷하게 용돈을 벌어 쓴다고 했다. 미국에는 앤더슨군의 가정처럼 경제교육을 시키는 곳이 적지 않다. 돈을 버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가르침과 동시에 성과를 올리면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일찍부터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