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5.8% 인상,특별상여금 2백80% 지급,3공장 준공시 특별상여금 1백% 추가 지급.' 지난 3일 국내 유일의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가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던 노조측에 제시한 최종안이다. 파견나와있던 노동부 근로감독관도 "적자 회사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안"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조차 거치지 않은 채 회사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이에 맞서 사측은 5일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지난달 8일부터 이날까지 28일째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카프로락탐 생산업체인 ㈜카프로의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낳고 있다. 수요 업체인 효성코오롱 등은 이 회사의 파업이 다음주까지 이어지면 자칫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가 이날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자 노조원들은 모두 회사를 빠져나가 장외 투쟁에 나선 상태.노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무기한 장외·연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카프로 노조가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건 기본급 10.7% 인상 요구에 대한 회사측의 5.8% 인상안과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노조는 "지난 3년간 회사가 어려워 임금 인상을 미뤄왔다"며 "10.7%는 결코 높은 인상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한 달간의 파업에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는 사실에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가 어떻게 더 양보하느냐"며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3년 연속 적자를 낸 상황에서 효성 코오롱 등 대주주들이 2백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줘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였다"며 "결국 노조는 증자 자금을 빼먹겠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3백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 간신히 14억원의 순익을 냈지만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흑자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회사가 임금 인상률을 3.5%에서 5.8%로 크게 양보했는데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더 이상 협상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또 "카프로 울산공장의 평균 연봉(15년 근속자)이 6천5백만원에 이른다"며 "노조가 명분없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노동무임금과 관련해서는 LG칼텍스정유와 코오롱의 파업사태를 예로 들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회사도 노조도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노조는 "사측이 광고 등을 통해 노조를 임금 인상에 혈안이 된 집단이기주의자로 매도한 것은 정당한 파업을 왜곡함으로써 적자 경영의 잘못을 노조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회사의 양보에도 노조원들이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화섬연맹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