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일까. 나이든 세대 중엔 지금도 추억의 '명절 선물'로 둥근 통에 든 설탕 3㎏,쇠고기 2근,2ℓ짜리 청주병,그리고 새 운동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세월이 흐르면 그러나 선물의 종류도 달라지는 법.무수히 많은 명절선물 품목에 설탕통은 없고,쇠고기 두어근은 선물 품목에 끼지 못한다. 게다가 선물로 직접 정성스레 고른 물건 대신 백화점상품권 도서상품권 문화상품권 주유상품권 관광상품권 외식업체상품권 등 갖가지 상품권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백화점상품권은 명절 때마다 현금 다음으로 받고 싶은 선물로 꼽힌다. 백화점상품권의 장점은 많다. 취향이나 필요를 몰라도 되고,부피도 작고,뒀다 언제든 아쉬운 물건을 장만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가. 경기가 엉망이었다는 올 추석에도 유명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보다 15∼20% 늘고,전체 선물 판매액의 70%를 차지했다고 한다. 백화점쪽에서 보면 상품권을 파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상품권이 회수되는데 통상 2∼3개월은 걸린다고 하는 만큼 그동안 이자수입이 발생하는데다 회수되지 않는 것도 꽤 된다고 하는 까닭이다. 시중에서 3∼7% 할인가격에 유통되는 게 있다지만 개인이 백화점에서 구입할 때는 1원도 할인되지 않는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그런데도 막상 사용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 액면가의 60%(1만원짜리 이하는 80%) 이상을 써야 잔액을 현금으로 거슬러주고,자사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 해주는 5% 할인혜택도 없다. 백화점의 사은품 증정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보통 백화점 신용카드 매출액에만 적용하지만 간혹 현금을 합산할 때도 상품권은 빼놓는다. 백화점 신용카드를 쓰면 5% 할인에 행사시 사은품(구입액의 5∼7%)을 받고,연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는데 상품권을 사용하면 이 모든 것에서 제외된다. 소비자로선 10% 이상 손해를 보는 셈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1∼17일 유명백화점에선 일제히 가을 정기세일을 실시한다. 상품권의 경우 대부분 선물로 받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식 사용을 유도하는 것에선 이제 벗어날 때도 됐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