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영 소장은 '풍수지리' 신봉자다.


물이나 길을 끼지 않은 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좋은 땅은 사람이 살기 편한 땅이며, 이 때문에 풍수 좋은 곳의 땅값이 오르게 마련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매입한 땅은 60여곳.


한때 소유한 강원도 땅이 3백만평에 달하기도 했다.


웬만한 신도시 규모다.


지금 갖고 있는 땅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정 소장은 부동산대학을 설립하는게 꿈이다.



◆ 실패를 딛고


정 소장은 지난 25년간 건설ㆍ부동산업의 외길을 걸어왔다.


1980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건설회사에서 5년간 일을 배운 뒤 부동산중개업을 시작했다.


일반 중개업소와 차별화하기 위해 중개업체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직원 수를 1백명까지 늘렸다.


당시 하루에 '007가방' 한개 분량의 현찰(2천만∼3천만원)을 만지기도 했다.


하지만 잘 나가던 사업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정부가 폭등하던 부동산 시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투자 손실이 커졌다.


한 직원이 회사 공금을 유용했다.


회사가 망하고 나니 3억6천만원의 빚만 남았다.


재기할 방법은 부동산밖에 없었다.


신문에 두 줄짜리 광고를 냈다.


'전국 땅 구함, 일시불.'


땅 사재기로 손해본 사람이 많은 때였다.


싼 값에라도 자기 땅을 팔아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땅 중개를 해주면서 석 달 만에 빚을 모두 갚았다.


결국 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 토지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매년 열흘간 '전국 땅 투어'에 나서면서 땅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 평당 1천원짜리를 1만원에 팔다


지난 88년 제주도 남제주군 수망리의 땅 4천평을 4백만원에 매입했다.


평당 1천원이었던 셈.


지명이 '물을 쳐다본다(水望)'는 의미인 데다 값이 싼게 특히마음에 들었다.


뱀 모양처럼 길게 생긴 희한한 모양의 땅이었다.


이 땅은 원래 실개천이 임야로 바뀐 곳.


매입한지 석 달 만에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평당 5천원을 줄테니 무조건 팔라는 것이었다.


2∼3배라면 금방 팔았겠지만 다섯배라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현지에 내려가 조사했다.


수망리 땅이 골프장 부지로 편입돼 자연스럽게 '알박이'가 돼 있었다.


열배를 달라고 했다.


결국 평당 1만원에 이 땅을 팔았다.


수개월 만에 목돈을 만진 것이다.


'땅을 볼 때는 주변을 보고 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합쳐도 보고 쪼개도 봐야 한다'는 얘기다.



◆ 장기 투자가 해법


제주도 땅을 판 뒤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1억원을 주고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임야를 평당 5천원에 샀다.


총 2만평 규모였다.


당시 서울 능곡 토지를 살까 고민도 했지만 영월 땅이 '너무 좋아' 즉석에서 계약해 버렸다.


능곡 땅의 경우 8백60평이 6천8백만원이었다.


3∼4년 전 확인해본 결과 능곡 땅은 평당 2천만원을 훌쩍 넘어서 있었다.


만약 능곡 땅을 샀다면 1백70여억원에 달하는 큰 돈을 벌 뻔했다.


당시 영월 땅은 평당 1만원에도 살 사람이 없었다.


투자 실패 사례로 꼽을 만했다.


하지만 정 소장은 달리 생각하고 있다.


영월 땅은 펜션이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들어 평당 2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만약 영월 대신 능곡 땅을 샀다면 2∼3배의 차익을 남긴 뒤 곧바로 처분했을 것이라는게 그의 얘기다.


영월 땅의 수익률이 오히려 더 높은 셈이라는 것이다.


정 소장은 그동안 매수자가 없어 할 수 없이 영월 땅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장기 투자로 인해 성공했다고 여기고 있다.



◆ 개발 노리면 더 큰 이익


지난 2002년 수도권의 개발 계획을 살피던 중 미개발지역에 철도역사가 들어서는 것을 알게 됐다.


주인을 찾아보니 땅을 무척 팔고 싶어했다.


은행 대출금 등을 합쳐 평당 1백만원을 주고 약 5천평을 매입했다.


호재가 점차 가시화하면서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주변 시세가 평당 4백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계속 기다릴 생각이다.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면 평당 2천만원을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소장이 도시개발계획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아쉬운' 경험 때문이다.


지난 89년 고객이 자신의 상속부동산을 팔아 달라고 부탁했고, 수수료 대신 수원 인근의 임야(3천평)를 들고 왔다.


그는 별로 가치가 없는 땅이라고 판단하고 현금을 고집했다.


이 고객이 수개월 뒤 다시 나타났다.


그 임야가 아파트 부지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모 건설사가 평당 50만원을 쳐줄테니 팔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고객은 이 땅을 결국 평당 1백20만원에 건설사에 팔았다.


정 소장은 이 때부터 어떤 땅이든 시ㆍ군ㆍ구청의 개발계획을 꼭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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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원칙 >


1. 현장은 직접 본인이 확인하라(시ㆍ군ㆍ구청도 꼭 방문)

2. 장ㆍ단기 땅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장기투자 비중은 20∼30%가 적당)

3. 향후 어떤 용도로 쓰일지 가늠하라(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땅 가치 달라져)

4. 풍수는 과학이다(물ㆍ도로ㆍ남향 등의 전통 풍수요건 살펴야)

5. 5천분의 1 지형도로 확인하라(5만분의 1 지도로는 정확하게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