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 신영은 투견도박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잠입하다 개에게 물려 옷을 뜯긴다.

"그러게 시집이나 가지, 웬 고생이야"라는 남자 선배의 말에 신영은 쏘아붙인다.

"시집가긴 쉬운 줄 알아요."

엊그제 끝난 MBCTV 미니시리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한 대목이다.

'시집가긴 쉬운가.'

이 한마디는 이 땅에 '혼자 사는 여자'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를 대변한다.

국내 여성들의 만혼과 독신 문제를 비교적 잘 다뤘다는 평과 함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의 주인공은 방송기자, 전직 스튜어디스(순애), 문화센터 강사(승리) 등.

서른살을 넘긴 이들이 싱글인 데는 이유가 있다.

신영의 애인은 기자인 신영을 버거워해 떠나고, 순애의 남자는 형편상 결혼 후에도 친정을 도와야 한다니까 내뺐다.

일과 가정형편이 결혼을 막은 셈.

승리는 남편의 외도에 대응해 맞바람을 피우다 이혼당했다.

그렇다고 셋 다 영영 혼자 살 작정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주위의 눈도 있고 외롭기도 해 웬만하면 결혼하려는데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일하기도 힘들고, 시집가기도 힘들고, 시집가서도 힘든 셈.

70년 10%이던 25∼29세 여성의 미혼율이 40% 이상으로 급증하고, 30∼34세 미혼여성 비율 또한 11%를 넘는 통계가 괜히 나오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결혼적령기 여성 37.9%가 "결혼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이런 현실을 잘나가는 여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로 그려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현실을 패러디한 코미디는 슬픈 법.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보여준 '시집가기 힘든 세상'은 느낌과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워 결국 결혼을 '필수 아닌 선택'으로 여겨야 하는 여성들의 아픔을 보여주는 듯했다.

결혼하지 않으면 아이도 없다.

가임여성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출산휴가를 늘리고 육아수당을 준다 한들 여성이 결혼하지 않거나 늦게 해서 아이를 거의 낳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들의 소망은 한결같을 것이다.

결혼 후에도 마음놓고 일하게 해주고, 아내가 상 차리면 남편은 수저라도 놓고,화장실 청소도 맡고, 본가와 처가를 함께 생각해 달라는.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