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거시 경제정책의 모순을 꼬집는 말로 '불가능한 삼위일체'(Unholy Trinity)라는 말이 종종 회자된다. 한 국가가 고정환율제,자본시장 개방,자율적인 통화정책 등 세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어느 두 가지는 가능해도 셋 다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1999년)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대 교수의 이론에서 나온 개념이다. 먼델 교수는 유로화 태동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유로화의 아버지'로 불리며,시카고대학 교수 시절에는 통화론자의 대부라는 밀튼 프리드먼의 강의를 비인기 강좌로 만들 만큼 유명했다. '불가능한 삼위일체'는 요즘 국내 금융환경을 설명하는 데 적합한 것 같다. 거대 외국자본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가운데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추구하느라 고생 중이고,한국은행은 약효가 떨어진 통화정책의 자율성만 내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애쓴 보람도 없이 원·달러 환율은 1천1백40원선마저 위태롭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갈수록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행정·입법·사법부의 3권 분립이 국내에선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무시하면서,'불가능한 삼위일체'로 비쳐지고 있기도 하다.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터라 이번 주에는 눈길을 끌 만한 경제이슈가 별로 없다. 금통위가 8일 열리지만 결과(9개월째 콜금리 동결 예상)는 뻔해 보인다. 오히려 금통위원 6명 중 임기가 끝나는 3명의 후임자가 더 관심거리다. 발로 뛰는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만 조찬강연 간담회 등으로 연일 바쁠 뿐,탄핵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정례 브리핑(9일) 외에는 일정이 거의 없다. 경제장관 간담회도 총선 전까진 휴업이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치성 행사를 피하고 기업을 상대로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주 기업인 애로해소 대책회의에 이어 이번 주엔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중소기업인 결의대회(8일)에 참석한다. 금융계에서는 오는 12일 투자의향서 접수를 마감하는 한투·대투증권 인수전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반면 경제계에선 총선 전 혹여 구설수에 오를라 몸조심에 애쓰는 분위기다. 지난 주에도 역시 '말'이 문제였다. 여당 대표의 '고려장' 발언,영부인 비하 발언과 편집방송 논란 등.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실수를 변명하면 그 실수를 돋보이게 할 뿐이다"라고 했고,프랑스의 철학자 라 로슈코프는 "침묵은 자신없는 사람의 가장 안전한 방책"이라고 했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