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10:53
수정2006.04.04 10:55
가요는 대중적이기에 세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 같다.
일제시대에는 나라 잃은 슬픔을,해방을 맞아서는 그 감격을,6·25 당시는 민족상잔의 아픔을 표현하는 노래들이 크게 유행했다.
독재정권시절에는 억눌린 인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가요들이 널리 불리었다.
시대의 고비마다 역사의 굴절마다 민중의 애환은 노래로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풍자하는 '대한민국 싸우지 마'라는 노래가 온-오프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속이 후련하다"는 공감의 글도 넘쳐나고 있다는 노래말은 대충 이렇다.
"여당 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좌익우익 해방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노사파업 죽자사자 밤새워 싸우고 …공부 쪼까 하는 분은 고시만 파고/머리 쪼까 돌아가는 분은 고스톱만 친다"고 정치권과 삐뚤어진 인간군상들을 질타한다.
후렴구에서는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제발 제발 더럽히지 마/제발 제발 싸우지들 마"라고 호소한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박인호씨는 미국 댈러스에 살고 있는데 한국의 부정적인 모습이 실시간으로 외국 매스컴에 비쳐지는게 부끄러워 "정신 차리라"는 뜻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한동안 크게 히트했던 '독도는 우리 땅'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정파간 계층간 노사간 불신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는 실종되고,한정된 파이를 더 떼어 먹으려는 '내 몫 챙기기'에 너도나도 여념이 없다.
국가적인 대형사업들은 이해관계가 얽혀 기약 없이 표류하고,국회는 산적한 민생법안을 손도 대지 못한 채 개점휴업상태다.
일본은 10년 장기불황을 벗어나 회복단계에 들어서고 있으며 미국경기 역시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은 성장률을 조정할 만큼 활황세가 여전한데 우리만이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아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한민국 싸우지 마'라는 노래에 모두가 열광할까.
노래로 카타르시스만을 느끼지 말고 정말 싸우지 말자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