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6:34
수정2006.04.04 06:38
연세대 < 국제학대학원 교수 / 경제학 >
금융의 그룹화ㆍ글로벌화 추세에 대응하여 금융안정의 유지가 긴요한 과제로 대두되면서 예금보호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예금보호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금자 보호에 있으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부보금융회사가 보험료의 형태로 부담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예금보호 비용을 부담하는 이유는 동 제도의 혜택이 결국 그들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예금자는 금융회사 도산시 예금보험에 의해 손실이 보전되므로 금융회사의 위험을 감시할 유인이 없어지며,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그들이 취하는 위험과는 관계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고위험ㆍ고수익 전략을 추구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
경제논리상 편익의 발생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대가가 부과됨이 타당하다.
만약 예금보호의 편익이 일정하다면 부보금융회사에 현재와 같이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금융회사의 위험투자 선호가 높아질수록 기대되는 편익도 증가한다는 데 있다.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예금보호제도가 오히려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여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금융위기와 더불어 시행되었던 예금전액보호제도가 2001년부터 부분보호제도로 환원되었다.
이는 고액 예금자의 감시 유인을 제고하여 시장의 위험통제기능이 작동하도록 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제도개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분보호제도만으로 금융회사의 건전 경영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형금융회사의 경우 대마불사의 기대 등으로 시장의 감시체제가 적절히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스스로의 위험관리 유인을 제고하고 시장규율을 확립하여 시스템 전반의 위험상승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금융회사에 차등보험료율제도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동 제도는 1993년 미국의 도입 이후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도 도입이 지연되고 있음은 회계제도 등 관련 하부구조의 미비,취약 금융기관의 도산위험 등 부작용,그리고 적정보험료의 산정기준 등 실행준비의 미흡성에 기인한다.
앞의 두 문제는 그간의 개혁노력과 구조조정의 진전으로 일정수준 극복되었다고 볼 때,지금부터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시되어야 할 실행원칙은 실효성과 객관성,그리고 시장 정합성이라고 판단된다.
즉 부보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효과적인 보험료 차등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차등화의 기준은 부보금융회사와 시장참여자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아울러 동 기준은 시장원리에 부합되며 시장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차등보험료율을 산정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부보금융회사가 얻는 부가적 편익을 추정하여 보험료로 환수하는 방법이며,둘째는 부보금융회사가 예금보험기금에 미치는 예상손실을 추정하여 보험료를 징구하는 방식이다.
이중 두 번째 접근법이 현실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금융회사의 위험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자본적정성,당해 회사에 대한 시장의 위험평가,그리고 감독당국의 감독정보 등 세 요소를 모두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취약 금융회사로부터의 예금이탈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금융회사를 위험에 따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차등보험료율을 적용하거나,핀란드의 경우와 같이 고정료 부분과 위험에 따른 변동료 부분을 혼합 적용하는 방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험료율 산정에 필요한 감독정보는 당분간 감독기관에 의존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와 감독당국간 긴밀한 협조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결국 공적감독,시장규율,금융회사 자체의 내부통제라는 삼중 안전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되어야 금융안정의 유지가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도 차등보험료율제도는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jhahm@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