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재경영 전략이 바뀌고 있다.


'바이(buy:외부 영입)' 일변도에서 탈피, '메이크(make:내부 육성)' 병행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실적 좋고 경험 많은 고학력 인재들을 스카우트하는 활동을 계속하되 사내 인적 자원의 가치를 높이고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교육훈련 및 연수활동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SK 등 상위 그룹들이 앞서 나가고 있다.


이들 대기업 그룹은 사내 연수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면서 임.직원들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원에서 임원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이 교육 대상이다.


승진을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육과정을 속속 개설하는 한편 경영학석사(MBA) 과정 등 국내외 연수의 경우도 보다 내실있게 다시 짜고 있다.


승진.승급 교육도 단순 직무연수 이상의 프로그램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해병대 교육대에 연수를 보내기도 하고 해외 오지에 지역전문가로 파견하기도 한다.


예절 및 친절교육도 새로 나타난 연수 프로그램이다.


차세대 경영자 풀(pool)을 구성,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세대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그룹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비 사원들에게도 '인재를 길러주는 회사' '몸 담으면 평생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 근무를 면제하고 파견해 교육을 받게 하지만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LG가 과장-부장급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1년짜리 LGMBA는 매주 토요일 주말교육으로 실시되고 있다.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새로운 추세를 따라잡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의 인재 확보 시스템은 내부에서 키워가며 하나씩 탈락시켜 가는 '깔때기 모형'이었다.


그러다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진 지난해부터는 '낚시' 혹은 '그물형' 채용 전략으로 당장 쓸 수 있는 인재들을 '잡아오는' 방식이 유행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외부에서 고루 뽑고 특히 육성에 초점을 맞추며 미래 전문경영자 풀을 만드는 '로터리 모형'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이 이처럼 인재경영 전략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보다 외부 영입 중심 전략이 기존 사원들의 사기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사원들에게는 '실적이 나쁘면 고과에 반영하겠다'는 엄포를 서슴지 않으면서 '핵심 인재'의 경우는 그 가족들까지 비행기 우등석을 제공하면서 '모셔오는' 행태를 본 사원들이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존 핵심 인재들이 외국계 회사 등으로 옮겨가 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이' 전략은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면에서는 유용하지만 기업문화의 기업문화를 훼손시키고 정체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인사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로는 외부 인재를 제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사내교육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는 판단을 기업들이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매킨지 보고서(매킨지 쿼터리 2000년 11월호)에 따르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를 스스로 양성하지 않는 경우 외부로부터 인재를 채용하려 해도 우수 인재가 모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수 인재는 채용 당시의 보상 수준뿐 아니라 향후 해당 기업에서의 가치 향상을 위한 기회나 지원 여부, 그리고 기존 우수 인재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매킨지의 지적이다.


여기다 경영 자원을 집중할 미래형 사업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는 사실도 기업들이 사원들의 경쟁력 제고에 다시 관심을 갖는 이유다.


미래에 무엇으로 먹고 살지 정하지 못한 시점에서는 그 미래형 수종산업을 발굴하고 직접 이끌어 나갈 인재를 찾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공선표 상무는 "고도 성장을 경험한 나라가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 접어들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인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며 "도약의 견인차 역할을 할 미래 인재 육성이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2005년께 가면 우리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 형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한 수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시 '사람'에 승부를 거는 기업들의 전략이 어떤 결과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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