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세계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와중에 중동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다. 경제정책이 바뀌면 기업들이 움직이는 규칙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북한핵 문제로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긴장 상태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불투명한 경제, 경영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컨설팅업체 대표들을 대상으로 주제별로 각사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에는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12개 다국적 컨설팅회사 대표와 국내 중견 컨설팅업체 4개사 대표 등 모두 16명이 참여했다. 설문내용을 주제별로 요약, 소개한다. -----------------------------------------------------------------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는 컨설팅 리더들의 조언은 한마디로 "글로벌화"다. 올해의 경영 화두와,투자처,CEO들의 개선점 등을 묻는 설문에 이들은 세계 일류 기업이 돼야 한다면서 경영자 스스로는 준비가 안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CEO가 역점둬야 할 과제들 올해 기업들이 직면하게될 도전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컨설팅업체 대표들은 한결같이 "불확실성"을 꼽았다. 세계 경제 전반의 저성장을 가져온 미국 경제의 침체가 언제 끝날 지,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지 여부도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은 위험(risk)을 내포한다. 그 위험을 떠안고 모험을 하든지,아니면 회피하고 미래를 도모할 지의 선택은 오로지 CEO의 몫이다. 컨설팅 리더들의 처방도 갖가지다. 그러나 방향은 하나,불확실할 수록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면서 핵심역량을 기르라는 조언이다. 엔플랫폼의 마상준 대표는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수록 신축성있는 경영체계 확보가 키워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축성있는 경영 시스템이란 상황이 바뀌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유연함이다. 모니터코리아의 마틴 켈더 사장은 "세계 경제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유연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혁신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장기 과제"라고 강조했다. IBM BCS의 제임스 고든 대표도 "업무와 IT(정보통신) 등 인프라의 유연성 확보"를 올해 키워드로 꼽았다. 이와 함께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많았다. 딜로이트컨설팅의 스티브 필척 사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베어링포인트 고영채 대표와 BCG 채수일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재화(內在化)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처방도 적지 않았다. 맥킨지 최정규 파트너는 운영효율 개선 사업포트폴리오 정비,미래 성장사업발굴 성과관리체제 구축 등을,액센츄어 한봉훈 사장은 성장 및 생존 모델 수립 생산성 향상을 위한 아웃소싱 등을 강조했다. 타워스페린 박광서 대표는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개발 및 유지"를,ADL 서정식 파트너는 "비용 이외의 수출경쟁력을 찾는 것"을 올해 CEO들이 집중해야 할 분야로 들었다. 투자는 어디에 해야 할까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비교적 경영실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올해는 특히 더 불확실해진 경영환경을 이유로 투자를 미룰 가능성이 높다. 투자를 않으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아졌을 때 팔고 싶어도 내다팔 신제품이 하나도 없는 일이 벌어진다. 컨설팅리더들이 제안하는 투자 방안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에 잘하고 있는 핵심 사업을 더욱 강하게 키우는 것이고,또 다른 하나는 중장기 비전부터 세우면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기초다지기" 작업이다. ABL 진태준 대표는 "기존 사업의 가치를 재창출하고 역량을 높이는데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자산효율의 극대화를 강조했다. 액센츄어 한 사장은 "신사업에도 투자해야 하지만 핵심역량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업 자체의 체질 강화 및 시스템 효율화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AT커니 이민섭 부사장은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신규 사업 보다는 기존 사업 라인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CG 채 대표도 "당분간은 코어(core) 비즈니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모니터코리아 켈더 대표는 "핵심역량이 아니라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는 새로운 분야엔 조심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 비전을 다듬으며 체질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처방도 적지 않았다. 딜로이트컨설팅의 필척 사장은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어링포인트 고 대표는 "차입금이 있으면 빨리 갚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스템 향상을 위한 투자도 서두르는게 좋다"고 말했다. ADL 서정식 파트너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기반이 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투자해야 한다"며 중간재 또는 기반 기술 개발분야 R&D 인력 육성 고효율 설비 도입 등을 예로 들었다. 공격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언그룹 박찬구 대표는 "제조업의 경우는 중국에 단독 내지 합작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킨지 최 파트너도 "기회가 보이면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CEO의 장.단점은 설문참여 업체 가운데 다국적 컨설팅회사 한국대표들이 75%였던 만큼 한국 CEO의 단점에 대한 지적은 실랄했다. 국제적 감각이 떨어지고,단기 성과에 급급하며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다는 것이 국내 CEO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단점으로 꼽혔다. 회사 일에 사사로운 정을 개입시키고 후계자 양성에는 소극적이란 지적도 많았다. 특히 오너의 눈치를 보느라 객관적인 전략 아젠다를 만들지도 추진하지도 못하는 한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 김기령 대표는 "직원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코칭(coaching) 및 멘토링(mentoring)스킬이 부족하다"며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줄 알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 등 리더십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CEO들의 장점으로는 열정 추진력 결단력 검소함 도전정식 배우려는 의지 강력한 조직 장악력 관리 및 운영 분야의 효율성 조직에 대한 충성심 헌신 문제 발생시 해결 능력 사업방향에 대한 감각 등이 꼽혔다. 반면 단점으로는 기업규모에 대한 집착 투명성 결여 성과주의 미흡 온정주의 연고주의 글로벌 역량 및 감각의 부족 전략적 사고의 결여 낮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상명하달의 경직성 경쟁사와의 협력 부족 수익성에 대한 인식 등을 예로 드는 컨설팅리더들이 많았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