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물위를 총알처럼...'꿈의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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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경정장.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이 오전부터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자 금새 인산인해를 이룬다.
1천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다.
이전 경주에 대한 베팅성공담을 주고 받는 사람, 경정예상지를 펼쳐든 채 열심히 다음 경주를 연구하는 사람 등 경정장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까'라는 기우는 말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
'꿈의 마린스포츠' '수상의 격투기'로 불리는 경정이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연장까지 가는 접전끝에 이탈리아에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한 그날 경정은 공식 출범했다.
경정은 6명의 선수가 출전해 순위를 다투는 모터보트 경주.
경마나 경륜처럼 관중들은 우승예상선수의 주권(경마의 마권)을 구입해 맞히면 일정 배당금을 받는다.
경기방식은 6대의 모터보트가 직선거리 3백m의 양끝에 있는 원뿔모양의 턴마크를 세바퀴(1주 6백m, 총 1천8백m) 돌아 순위를 가린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낮 12시30분부터 하루 8경기씩 치러진다.
경정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스피드에 있다.
경마나 경륜의 우승권 시속이 보통 시속 60km인데 비해 경정은 시속 75km까지 나간다.
골인 지점을 앞두고 전속력으로 달릴 때는 새하얀물줄기까지 일어 관중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훨씬 높다.
턴마크를 돌아 나올때 바깥쪽에 있던 보트가 순식간에 안쪽으로 치고 나오며 벌이는 치열한 순위다툼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하나 경정이 다른 경기와 구분되는 점은 독특한 스타트 방식이다.
플라잉스타트로 불리는 경정의 스타트방식은 같은 출발선상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온라인 스타트와 달리 수면 위에서 대기하다 0~2초 사이에 스타트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출전선수들은 자기에게 맞는 코스를 확보하기 위해 제각기 멀찍이 떨어져 있다 출발신호가 떨어지면 총알같이 튀어 나간다.
어디에 있든 상관없지만 신호가 떨어지고 2초내 출발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실격이다.
뻔한 승부가 없다는 것도 경정의 묘미.
명마나 스타경륜 선수가 있는 경마, 경륜과 달리 경정은 웬만해선 우승자를 예상하기가 어렵다.
경정은 경기전에 추첨으로 선수가 탈 보트와 모터를 정한다.
항상 같은 보트를 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선수의 실력과 보트와 모터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베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승자를 적중시키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정의 승부요소는 '인삼기칠(人三機七)'로 불리기도 한다.
경정의 투표방식은 단승식(1위 선수 한명을 적중)과 연승식(1,2위 선수중 한명을 적중), 복승식(1,2위 선수 2명을 순위에 관계없이 적중), 쌍승식(1,2위 선수 2명의 순위를 정확히 적중)의 4가지가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