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5일 열린 삼성그룹의 인재전략 사장단 워크숍은 재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재확보를 위한 전략을 숙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지만 이날 제시한 중장기 실천전략의 내용은 삼성의 전통적 인재중시 경영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이날 인재전략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우수인재는 국적을 불문하고 채용하고, 기존 핵심인력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재능과 끼가 있는 인재의 조기양성을 위해 이공계 학생 지원 등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 마케팅 금융 디자인 정보기술 등 경영전반에 결친 인력충원에 비중을 두되 현재 1만1천명 규모인 석·박사 인력을 당분간 매년 1천명씩 늘리기로 했다. 한마디로 개방경제시대,지식정보화시대로의 이행에 걸맞은 인재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인재를 중요시하지 않는 기업이란 있을 수 없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활용하는 기업 또한 흔치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막대한 선행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면 그 성과는 한참 뒤에 나타나는 것이어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실행에 옮기기 쉽지않은 것이 바로 인재양성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삼성의 인재전략은 앞서가는 경영의 본보기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특히 우리가 삼성의 인재전략을 보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일상적인 기업경영의 기본원칙을 천명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일류가 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무한경쟁시대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절박한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회사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가운데 수조원씩의 이익을 내는 곳도 있어 비교적 잘 나가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수년 후에도 이들 기업들의 제품이 잘 팔리리란 보장은 없다는 게 삼성의 고민이라고 한다. 이번 회의에서 "앞으로 5∼10년 뒤에 뭘 먹고 살지를 계속 고민해 온 결과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과 기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이 회장의 설명만으로도 그같은 위기의식은 충분히 읽혀진다. "경영자는 인재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하고,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이 기본책무"라는 이 회장의 얘기는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경영자들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