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3년 이상 끌어온 대우자동차 문제가 얼마전 일단락됐다. 이로써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전에 있었던 5개의 자동차회사 중 현대차만 살아남았다. 자동차산업의 이같은 전면적 구조조정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일본에서도 5개 자동차회사 중 3개가 외국회사에 경영권이 넘어갔고,유럽의 유수 메이커들도 경영권을 상실했다. 오늘날 세계 자동차산업의 무한경쟁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살아 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우자동차가 미국의 GM에 팔렸다고 하여 안심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것은 '상황 끝'이 아니라 '상황 시작'이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하는 GM-대우차가 국제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또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으로 볼 때 GM-대우차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고용인구의 10%를 고용하고,1백2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으며,국가 전체세수의 16%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경제에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대우차의 보다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있다. 첫째,노사간 모든 문제는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 우리 자동차업계가 노동쟁의로 인해 보는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경쟁력을 급속히 잃게 될 것이다. 노사 관계가 악화되면 품질이 떨어지고,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외면 당하게 될 것이다. 특히 GM-대우차는 수년 동안 쌓인 부실을 털어내고 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때문에 노사 양측은 현재의 조건이 다소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실력 행사'와 같은 극단적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서로의 권리를 주장할 때가 아니다. 먼저 회사를 살려놓고 보아야 할 때다. 둘째,GM-대우차는 수출을 적극 늘려나가야 한다. 대우그룹은 출범 때부터 수출을 지향했으며,대우차도 해외시장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수출은 거의 중단되어 우리는 연간 30억달러의 수출 손실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GM-대우차가 수출에 박차를 가한다면 약 50억달러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우차공장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생산기지로 활용된다면 이러한 수출 목표도 능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대우차 매각의 '헐값 시비'를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수천억원의 가격 차이보다 대우차 회생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다. 불과 2년 전 포드가 대우차 매입을 포기한다고 발표했을 때 '포드쇼크'로 한국 증시에서 증발한 가치는 무려 23조원이었다. 그런데 GM-대우차가 정상화되면 국가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만 해도 인수가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부도 상태에 있는 기업의 가치를 17억7천만달러로 상정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막바지 협상에서 우리가 얻어낸 부평공장 조기 인수조건은 값진 결과다. 우리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것을 환영하지만,아직 '자축'할 때는 아니다. 영국의 로버가 일본 혼다에 인수됐을 때 모두가 '이제는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혼다는 로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혼다 이후에 BMW도 로버를 인수해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하여 채권단 및 협력업체 컨소시엄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이웃 일본에서도 닛산 마쓰다 미쓰비시가 경영권을 외국인에게 넘겼는데,닛산만 정상화되고 나머지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한번 부실해진 자동차회사를 정상화시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회사의 임직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도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GM-대우차의 정상화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www.car123.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