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자동차에 대한 특별소비세 50% 감면을 실시한지 한달여만인 20일 오는 2003년부터는 9인승 승합차에 대해서도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특소세 인하계획이 미리 공개돼 한차례 혼란을 겪었던 자동차 시장은 또다른 '특소세 파동'을 겪게 됐다. 자동차관리법상 9인승 승합차도 올해초부터 승용차로 분류됐기 때문에 특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자동차관리법상 승용차 기준과 특소세 부과대상은 별도로 운영돼 왔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냐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지난달 경기침체를 이유로 특소세를 절반으로 줄였던 정부가 한달 만에 특소세 부과대상이 아닌 차종까지 끼워넣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정부는 아마 내후년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위험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 정도다. 실제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 크다. 똑같은 차의 가격이 순식간에 2백만원 이상 올라간다. 특별소비세 부과대상에 새로 편입된 9인승 차는 대부분 특별소비세 부과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차량이다. 사치품에 대한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서민들의 생계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꼴이다. 결국 정부는 특소세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서민들의 생계수단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자동차 업체의 모 임원은 "한국은 가뜩이나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말을 듣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이미 투자해 놓은 시설도 활용하지 못하는 정책을 양산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올라가면 자연히 소비가 줄고 시설 활용도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때문에 시장과 기업,소비자가 모두 멍들게 됐다면 과장된 지적일까. 김용준 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