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가전시장의 핵(核)은 김치냉장고다. 예상 판매대수는 1백10만대로 일반냉장고(92만대)를 추월할 전망이다. 금액으로도 1조원대를 돌파,9천5백억원 안팎의 TV를 제치고 단일 제품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가전업계는 보고 있다. 더구나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 다른 제품과 달리 김치냉장고는 시장 보급률이 25%(올해 예상)에 불과해 아직도 성장잠재력이 다른 제품보다 훨씬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전자 등 대형 가전메이커들이 그런 김치냉장고 시장을 그냥 놔둘 리 만무하지만 시장점유율 1위 자리는 여전히 '딤채'의 만도공조가 지키고 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무려 55%. 만도공조는 딤채의 판매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8천6백억원,영업이익은 17% 증가한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업체도 아닌,가전시장의 거인(巨人) LG와 삼성을 따돌리고 김치냉장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견기업 만도공조의 비결은 무엇일까. 황한규 만도공조 사장은 "남이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 기술"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김치냉장고에 대한 만도의 기술력은 냉장고가 아닌,김치 연구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만도에는 김치연구소가 따로 있다. 김치맛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전국의 김치 전문가와 관련 대학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지난달 말에는 김치 특유의 상큼하고 개운한 맛은 '류코노스톡'이란 유산균 숫자에 달려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류코노스톡이 탄산가스(CO2)를 생성,김치의 상쾌한 맛을 돋우고 장운동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류코노스톡 균의 숫자가 영하 1도 상태에서 가장 많이 생성,유지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만도의 김치연구소 관계자는 "김치냉장고의 품질도 영하 1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보관능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결론이 나와 이를 제품 개발에 그대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음매가 없는 프레스 가공기술을 사용,냉기의 유출을 차단하고 플라스틱 대신 황토용기를 사용한 것 역시 김치맛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항아리를 땅 속에 묻고 볏짚으로 덮는 선조들의 김치관리 기술을 그대로 제품에 적용한 것이다. '딤채 신화'의 또 하나의 열쇠는 차별화된 마케팅. 만도는 주부사원을 앞세운 방문판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판매에 앞서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김치시식회를 여는 등 철저한 구전(口傳) 마케팅을 펼치는 전략이다. 만도공조는 올해 딤채 생산량 65만대 중 4만대가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채소 육류 생선 등을 신선하게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황 사장은 덧붙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