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수 < 휠라코리아 사장 geneyoon@fila.co.kr > 지난주 뉴욕의 명물인 1백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워싱턴의 펜타곤 등이 비행기 납치범들의 자살 충돌로 붕괴되었다. 막강한 방어체계에도 불구하고 미국 심장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여러모로 걱정이 앞선다. 기업의 경영자로서 기업위기의 본질에 대해 새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위기는 평화롭고 번영을 구가할 때 홀연히 찾아온다. 더 파헤쳐 말하면 평화와 번영이라고 모두가 믿을 때 급습한다. 평화라고 믿는 착시현상이 위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위기는 특별할 때 관리하는 게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항시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방심의 틈을 비수처럼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이 풀리고 안일해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위기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상시 전방위 위기관리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경기하강 때보다 절정으로 갈 때 위기의 피해는 커진다. 따라서 일이 잘돼 간다고 느낄 때 위기관리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망선고와 같은 부도는 기업이 팽창하면서 닥치는 경우가 많다. 신용이 좋아 사옥을 짓고 입주한 후 부도를 맞는 기업이 허다한 것도 음미해 볼 일이다. 셋째 기업의 위기는 자금위기 관리의 미흡에서 표출된다. 따라서 자금관리가 위기관리의 전부인 양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금위기 관리는 마지막에 나타날 뿐이지 본질은 아니다. 자금의 위기에 앞서 판매·유통의 위기가 선행한다. 생산과 기술,조직과 인사의 위기가 쌓인 결과가 결국 자금의 위기로 나타난다. 그래서 경영전반의 위기관리와 점검이 필수적이다. 넷째 경영기술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도부의 처절한 자기 반성과 성찰이다. 이러한 성찰 없이는 위기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로마의 멸망도 기업의 붕괴도 그 뿌리는 지도부의 오만과 나태에 있다. 다섯째 기업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의 부재가 위기를 부른다. 거대한 공룡은 지구상에서 멸망했으나 연약한 모기는 수만년을 살아남았다. 환경을 극복하는 다위니즘의 증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