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경 <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prangel@sac.or.kr >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될 모양이다. 정부는 늦어도 오는 11월까지는 국회에 법안을 제출,제도화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 제도 실시로 일자리가 68만개 늘어나고 임금은 2.9%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여가 시간은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조사 결과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일단 들뜨게 한다.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순차적으로 주2일 휴일제를 시행해온 일본의 경우 여가 시간에 국내 단기여행을 가는 사람이 50%를 넘었고 쇼핑 외식을 하는 사람은 18%였다고 한다. 국내 연구조사도 가족과 함께 휴일을 보내겠다는 사람이 30%,여행과 취미활동을 하겠다는 사람이 28%로 나타났다. 새 제도 도입으로 가족 여행이나 문화예술 활동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업계가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공연 예술계 역시 환영의 분위기다. 그러나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정식 휴일이 일주일에 이틀이나 되므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매주 이틀을 놀게 되면 공연을 보는 대신 여행 등 보다 본격적인 여가활동을 찾아나설 수도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서구 극장의 일요일 저녁 공연은 인기가 없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낮 공연과 저녁 공연이 하이라이트가 되고 일요일은 가벼운 낮 공연만 하거나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극장도 많다. 관광객들이 관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엔드의 사정은 다르지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나 케네디센터의 일요일은 휴무일이다. 일본 신국립극장은 아직까지는 예술의전당과 마찬가지로 일요일에 정상 공연을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공연이 가장 활발한 시즌은 봄 가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겨울이나 장마철 또는 한여름과 같이 야외활동이 여의치 않은 계절에 올린 공연이 흥행에 성공한 예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관광과 경쟁하며 시장을 확장시킨 것이다. 새로운 숙제는 기획 아이디어를 자극한다. 관광과 공연의 숙명적인 경쟁과 함께 공조와 합작을 도모하면 늘어난 휴일을 시민들이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 준비작업에 공연 예술계가 빠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