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43
수정2006.04.01 23:45
"명사십리 해당화야/꽃진다고 설워마라/동삼석달 죽었다가 명년삼월 봄이 오면/너는 다시 피련마는/우리 인생 한번 가면/어느 시절 다시 오나"
경기민요 명창들이 구성진 목소리로 부르는 '회심곡'을 듣노라면 누구나 인생무상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치는 꽹과리 소리도 그런 여유를 갖게 한다.
'회심곡'은 본래 서산(西山)대사가 지었다는 2백32구의 한글 장편가사다.
1776년 해인사에서 펴낸 목판본 '보권염불문'에 '회심가곡'이라는 제목으로 실려있다.
인생의 허망함을 죽은자가 탄식하는 형식인데 '말세 풍속인 탐욕에 사로잡혀 골육상쟁하다 죽지 말고 염불 수행해 극락에 가자'는 지극히 종교적인 내용이다.
'회심곡'은 어느때 부터인지 불교의 대중적 포교를 위해 알아듣기 쉬운 사설을 민요선율에 얹어 부르는 불교음악(和請)의 하나로 변모했다.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도록 가르친 '부모은중경'의 내용이 많이 첨가되고 후대에 오면 그중 일부가 장례의식인 상엿소리에도 등장한다.
지금 한국불교가 그렇듯 '회심곡'은 불교 유교 도교 무속의 요소들이 혼합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사설은 소리하는 사람마다 들쭉날쭉 마음대로여서 즉흥적 요소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때로는 염불 같이,어떤 때는 무당의 넋두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효도나 형제의 우애를 강조하는 내용은 유교사상에 가깝다.
"우리 부모 날 배실제/백일정성이며 산천기도라/명산대찰을 다니시며 온갖 정성을 다 들이시니"하는 대목에 이르면 모든 청중이 울지 않고는 못배긴다는 것이 '회심가' 명창들의 얘기다.
막내 외아들과 사는 79세의 홀어머니가 출가한 4명의 딸들에게 꾸어준 돈을 아들의 혼수자금으로 되돌려달라고 한 것이 동기간의 주먹다짐으로 치달아 끝내는 법원까지 가야 했던 한 가족이 3년간의 불목을 깨고 화해하는데 '회심곡'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는 소식이다.
재판부의 설득도 있었지만 '회심곡'을 들려주었더니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맺힌 감정을 풀었다고 한다. 자식들이 노모에 대한 불효를 뉘우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