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직원들의 출장비를 줄이고 있다.

여행경비를 대폭 삭감하는 한편 더 저렴한 비행기 좌석이나 호텔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인텔 월트디즈니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미국 굴지의 기업들은 이미 출장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매년 1억달러에 가까운 여행예산을 책정하는 시스코시스템스는 올해 관련경비의 60%를 줄일 방침이다.

항공사와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들은 기업들이 출장 자체를 자제하게 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9개 항공사는 올 1.4분기에 7억4천7백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6년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아메리칸에어라인의 모회사인 AMR와 노스웨스트에어라인은 자사 직원들의 해외출장 경비를 대폭 삭감키로 했다.

항공사 직원들은 비행기를 무료로 이용하지만 호텔 차량 식비 등은 다른 기업과 똑같이 상당한 경비가 소요된다.

힐튼 호텔도 자사 영업직원들이 해외 도시로 출장갈 때는 가까운 도시를 모아 한꺼번에 방문토록 했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들은 아직 대대적인 여행경비 절감 캠페인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전일항공과 대만의 중국항공에 따르면 오히려 비즈니스 및 퍼스트클래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지역의 경비절감 움직임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곳 기업들은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경비 예산에는 메스를 들이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기업들은 여행경비를 삭감해야 하는 가장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된 여행담당 중역모임 컨퍼런스에는 각계에서 찾아온 인사들로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1천1백여명이 참석했다.

이 컨퍼런스 의장인 론 와그너는 "사람들이 여행경비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컨퍼런스에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특히 온라인 예약시스템이 큰 인기를 모았다.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하는 이 시스템은 직접구매에 따른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가장 저렴한 항공권 및 호텔을 찾을 수 있어 참가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지난 3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오라클은 올해 1천6백만달러의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직원들이 직접 출장을 가는 대신 비디오폰 등을 적극 활용해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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