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엿새 내리 하락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050원을 순매도,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 넘는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이날 장을 내리밀었다.

외국인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7.68% 하락하며 나흘째 약세를 보이자 관망세를 접고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섰다. 외국인 순매도는 삼성전자 806억원, SK텔레콤 195억원, 한국전력 77.6억원 등에 집중됐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큰 폭 매수했던 외국인이 반도체지수 하락과 환율 상승에 따라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지분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K텔레콤의 경우 손절매 물량까지 나왔다"며 "3월 매수분이 단기 자금으로 파악되는 만큼 상당기간 매도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 집중된 만큼 추세변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장중 500선이 깨지면서 지난해 12월 21일 497.31을 기록한 후 최저인 498.2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프로그램매수와 500선 지지에 대한 기대매수 주문이 이어지면서 500을 방어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증시관계자들은 대체로 500선이 심리적인 지지선으로는 작용하겠지만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신한증권 강 연구원은 "나스닥 1,800붕괴 등 해외 불안 요인에 5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프로그램매수와 500선 지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500에 대한 지지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이날 심리적 지지선인 500선을 지켰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500선을 기점으로 반등을 시도했었고 정책적으로도 500선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주변 여건이 매수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지만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심리적 지지선은 한번에 깨지는 경우가 드물다"며 "이날 500선 방어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특히 변덕이 심한 프로그램 매수로 500선을 지켰다는데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지수는 연말 수준으로 복귀했지만 나스닥지수, 환율 등 해외여건이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만큼 박스권이 한단계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94포인트, 2.32% 내린 503.26을 기록했고 주가지수선물 6월물은 1.50포인트, 2.33% 빠진 62.80을 가리켰다.

선물시장에서 닷새째 콘탱고 상태가 이어져 프로그램 매수가 1,378억원을 유입됐으며 매도는 723억원 출회됐다.

외국인이 1,050원을 순매도한 반면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은 기관이 573억원을 순매수했고 장초반 순매도로 출발한 개인은 500선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며 402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 집중 폭격을 받은 삼성전자가 4.76% 하락했으며 SK텔레콤과 한국전력도 각각 16만6,000원과 1만9,000원으로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대부분 업종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은행주는 5.19% 급등했다. 국민, 주택은행 합병 가시화 기대감이 외환과 기업은행 합병설을 타고 다른 종목으로 번졌다. 외환, 조흥은행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등 전종목이 오름세를 보였다.

운수장비업종도 현대, 기아차가 실적호조를 바탕으로 강세를 보인데 힘입어 올랐다. 상승 하락 종목 수는 각각 158개, 666개로 나타났다.

전날에 이어 거래가 저조, 2억7,752만주, 1조4,260억원 어치가 손을 바꿨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