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해 세계경제는 5%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16년만의 최고성장률이다.

하지만 올해 세계경제는 훨씬 활력이 없어 보인다.

전세계 생산량의 46%를 차지하는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침체의 둔덕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증시도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전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미국의 연간생산량과 맞먹는 10조달러가 감소했다.

신흥경제국가, 특히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서는 경제불안에 대한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정말 동반침체로 가는 걸까.

미국 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은 분명히 걱정스런 눈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들어 세번째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일본은행도 사실상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내렸다.

금리인하는 양국 모두에서 환영할만한 조치이며 수요를 진작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 올해 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일이 동시침체에 빠진다면 이는 지난 1974년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세차례 침체에 빠졌을때 일본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지난 98년 일본경제가 슬럼프에서 허우적거릴때 미국경제는 높은 성장을 지속했다.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경제가 기술적으로 2분기 연속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정의되는 침체를 벗어나더라도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 1.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소폭 증가하겠지만 재고증가와 자본지출 둔화가 더 큰 문제다.

주가하락은 소비자신뢰도 떨어뜨려 미시간대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미경기가 이미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대답했다.

일본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은 덜 충격적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0년동안 경기가 침체됐고 최근 2년간 상황이 더 악화됐을 뿐이다.

일본은 30년대 이후 진정한 인플레를 경험한 유일한 선진국가다.

지난 2년동안 일본의 실질 GDP는 증가했지만 명목 GDP는 감소했다.

최근 일본은행의 조치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방향은 옳다.

제로금리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일본은행이 물가상승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물가목표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디플레가 조만간 종식될 것이라고 일본국민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추가 유동성은 엔화가치를 더 하락하게 만들 것이다.

문제는 미국 자체가 침체에 빠지면 급격한 엔화약세가 워싱턴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은행들은 미경기가 호황일때 이런 조치들을 취했어야 했다.

양국의 경기침체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교역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통적 모델에서는 다소 과소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나 증시를 통한 전염효과 등을 고려하면 양국의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의 성장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듯 하다.

주가하락폭은 유럽이 미국보다 더 컸다.

유럽 소비자신뢰도 독일의 IFO지수 하락에서 보듯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침체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는 미국 일본 아시아를 잇는 정보기술(IT) 공급사슬이다.

미국의 IT소비 버블이 붕괴됨에 따라 아시아의 수출은 크게 둔화될 것이다.

한국의 GDP는 지난해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아시아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둔화는 아시아 지역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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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3월30일자)에 실린 ''Can the world escape recession?''이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