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미.일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부시 미국대통령과 모리 일본총리는 19일 경제회복방안등 양국 현안들을 광범위하게 논의했으나 증시와 외환시장에 당장 효과를 낼 만한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엔저(低)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의 결과는 세계주가와 환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새로울게 없는 회담내용 =양국 모두 자국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경제회복을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리 총리는 일본경제상태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음을 인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파탄상태인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금융권과 기업들의 부채를 조속히 정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모리 총리는 일본경제가 궁지에 몰려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경제도 어렵다고 지적, 미국의 경기회복책을 주문했다.

특히 미국의 경기둔화가 일본및 아시아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해 미국측도 분명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일본경제 회복이 급선무''라며 모리 총리에게 강력한 경기회복책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모리 총리의 미 경제불안 우려에 대해 "미 경제를 매우 신뢰하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필요한 조치''는 감세계획을 조속히 실행하겠다는 것으로 새로울게 없다.

양국정상은 이 밖에 세계무역기구(WTO)의 뉴라운드의 조속한 출범,한반도문제에 대한 한.미.일 3국의 공동협력 등에 합의했다.

◇ 거론도 안된 엔저문제 =일본의 경기회복책으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엔화 약세(엔저) 문제는 의제에도 오르지 않아 국제금융시장을 실망시켰다.

회담후 일본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리와 주가 환율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말해 정상회담이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음을 암시했다.

회담후 미 정부의 한 관리는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내수만이 일본경제를 살릴수 있는 길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는 엔저를 통한 수출확대로 일본경제를 살린다는 방안이 검토대상도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이같은 엔저 불용은 일본경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나 미 경제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조치에는 동의할수 없다는 ''자국경제 제일주의''가 부시 정부의 정책기조임을 시사한다.

결국 미.일정상회담은 세계경제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선언적인 공동성명만을 남겼을 뿐이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