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여성 파워"는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16대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은 총 16명.

이는 전체 의원(2백73명)의 5.9% 수준이며 헌정사상 가장 높은 비율이다.

15대 국회에 비해 16대 국회의 경우 의원수가 26명 줄었지만 여성 의원은 되레 5명이 늘었다.

특히 이전까지는 여성 의원 대부분이 선거운동 없이 당선되는 전국구였으나 16대에는 지역구 의원이 5명이나 된다.

15대 지역구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16대 들어 지역구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지역구 여성의원이 ''약진''했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당 김경천 의원은 각각 자당의 텃밭인 대구와 광주에서 출마했지만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서울에서 민주당 추미애 김희선 장영신 의원이 당선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흔히 남성의 영역으로 통했던 지역구 싸움에서 살아남아 여성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전국구 의원 선출 과정에서는 여성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비례대표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토록 정당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21명의 전국구 의원 가운데 5명이, 민주당은 19명중 5명이 여성이다.

일부 여성 의원들은 실제 정치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이미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다.

그는 지난해 부총재 경선에서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를 바탕으로 2위를 차지, 확고한 당내 입지를 확보했다.

게다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소신 발언''을 하며 대중적 지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TK 정서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박 부총재는 정계 개편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 의원의 당직 진출도 활발하다.

대중 친화력을 인정받고 있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당 4역의 하나인 지방자치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미경 의원은 제4정조위원장으로서 정책위내의 기획.홍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추 의원과 김희선 의원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도 나섰다.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추 의원은 청년층의 지지를 받았고 김 의원은 ''큰 이모''론을 내세우며 만만치 않은 세를 모았다.

이들의 낙선으로 선출직 최고위원에 여성이 배치되지 못함에 따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던 신낙균 전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여성단체협의회 회장과 정무장관을 지냈던 이연숙 의원이 부총재직을 맡고 있으며 광명시장 출신인 전재희 의원은 부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임진출 의원은 국회 정무위 간사를 맡아 활약중이다.

여성 의원의 의정활동도 돋보인다.

가정폭력금지법과 남녀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성차별 금지를 법제화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나라당 이연숙 의원은 ''금녀 상임위''였던 국방위에 포진하는 등 과거의 벽을 허물고 있다.

또 재계 출신으로 민주당 창당 추진위 대표를 역임하는 등 중량급 인사로 통하는 장영신 의원도 재경위에서 여성 기업인 지원 확대와 기업의 경영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맹활약중이다.

3선 관록의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의?터줏대감?으로 의정활동 과정에서 ''여성 차별''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 싸운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각종 국회 회의때 남성 의원들의 성차별적 발언이 나오면 김 의원은 즉시 시정을 요구한다.

이와 함께 국회 연구모임을 통해 세를 확대하면서 의원들의 조직적 역량을 모으는 데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경 의원은 인권정책연구회를 주도하며 인권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민주당 허운나 의원은 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를 창립,국회에서 인터넷 성인방송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보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정보화 전도사''가 됐다.

같은 당 김경천 의원은 통일시대평등사회정책연구회를 결성,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 의원들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17대에는 과연 몇 명이 여의도에 입성할지가 벌써부터 관심사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