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세금이 거의 없거나 비실명 금융거래를 전면 허용하는 이른바 조세피난처(Tax Haven)를 경유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다.

관계당국이 집계한 바로는 지난해 버뮤다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를 통한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액이 44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조세피난처를 경유한 외자유입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를 비정상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어떤 경로를 거치든 건전한 외자가 국내에 들어와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다만 조세포탈이나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외자의 유입은 철저히 차단돼야 할 것이다.

만약 그같은 사태를 방치함으로써 한국이 불법자금 등의 돈세탁이 용이하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게 된다면 그에 따른 불이익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돈세탁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며,국회에 계류중인 범죄수익규제법과 특정금융거래보고법 등의 입법을 미뤄야 할 이유가 없다.

자금세탁방지 또는 특정금융거래보고 제도의 조기구축은 반사회적 범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외환자유화에 따른 재산의 해외도피나 투기자금의 움직임 등을 신속히 파악함으로써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투기성 자본에 의한 경제교란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자는 목적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전면적인 외환거래 자유화가 금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당초 우려했던 부작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다행스럽다.

그렇다고 겨우 한달여가 지난 지금 안심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자금세탁방지법의 입법을 검토하는데 있어서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국제기준에 맞추는 것이다.

국제기준보다 규제가 소홀하면 범죄자금이 한국으로 몰릴 우려가 없지않고,반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가 심하면 국내금융기관들의 대외영업이 위축받을 여지가 있다.

또 국제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거래에 대한 신고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조세회피지역으로 부터의 자금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법외자의 유입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