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나의 역사적인 북한방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을 억제하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평양과 상호호혜관계를 증진시키려는 미국의 외교 노력은 우방국인 한국 및 일본의 이해와도 일치한다.

물론 미국의 새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인지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의 우방인 한국을 위해 차기 대통령도 현 정부의 대북한 외교노선을 그대로 견지해줄 것을 희망한다.

알다시피 나의 평양방문은 현직 국무장관으로서는 미 역사상 첫 방문이었다.

방문기간동안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받고 자라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만났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의 연쇄회담에서 경협 테러리즘 인권 등에 관해 논의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는 미국의 최대관심사인 안보 등 핵심의제들을 다뤘다.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인상은 그동안 서방에 알려져왔던 것과는 판이했다.

그는 현실적이고 결단력이 돋보였다.

현안에도 밝았다.

이 때문에 회담내용도 매우 생산적이었다.

사실 김 위원장과 미국의 정치 이데올로기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나는 정치적 이견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고 그것이 관계증진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미국의 최대관심사는 무엇보다 안보문제다.

인류에게 있어 전쟁을 방지하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반도에서의 협력이 앞으로 더 폭넓은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나의 방북에 앞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고위관료의 워싱턴 방문은 한반도 해빙의 물꼬를 트는 대사건이었다.

북·미간 회담에서는 미사일문제와 테러위협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문제도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외교는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북·미 합의와 대화가 없다면 북한은 언제든 상당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나라다.

또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계속했을 것이다.

나아가 미국이 나서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실현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개방노선을 걷기보다는 고립정책을 더욱 공고히해 나갔을 터였다.

그 결과는 미국은 물론 한국등 우방국들에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은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반세기에 걸친 분단과 불신의 장벽은 결코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첫 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적대관계를 청산해 협력무드를 조성하고 서로의 생각차를 솔직히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휴전선으로 갈라져 있는 한반도는 앞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남북관계는 더욱 증진될 것이다.

게다가 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은 더이상 세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는 추구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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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내셔널 프레스 클럽 초청만찬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행한 연설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