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현준 게이트가 터지면서 벤처기업이 뭇매를 맞고 있다.

건전한 벤처기업인들마저 하루아침에 부도덕, 불법, 투기, 로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교각살우(橋角殺牛)의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은 한국 벤처기업의 문제점과 벤처정책을 점검하고 건전한 육성방안을 제시해 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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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미래는 결국 벤처다 ]

잘나가는 벤처기업 중에는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돈만 되면 뭐든 한다''는 재벌식 사업확장에 나서는가 하면 남의 돈을 투자받아 기술개발은 하지 않고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유명 벤처기업인들도 있다.

벤처투자자인 금융권이나 국민들도 ''벤처 유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벤처 대박에 물든 한탕주의가 온 사회를 휩쓸었다.

정부의 물량주의 벤처정책과 불투명한 규제 또한 이런 로비를 불러들이는 토양을 마련했다.

정부의 무분별한 벤처정책은 ''무늬만 벤처''를 대량 생산했고 ''묻지마 투자''를 부추겼다.

금융감독원이나 코스닥위원회의 불투명한 규제와 제도도 ''로비를 권하는 사회''를 조장했다.

우리기술투자의 곽성신 사장은 "한마디로 벤처투자에 시장규율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현준 사건을 빌미로 벤처기업인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게 대다수 벤처기업인의 지적이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은 "정현준씨는 한탕주의에 물든 금융투기꾼이기 때문에 그를 기술개발에 땀 흘리는 벤처기업인과 동일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무역사기꾼이 한 명 있으니 수출하지 말자''는 얘기가 말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벤처기업협회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9일 오전 공동성명문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은 부도덕한 벤처기업가의 로비 및 불법대출사건이 아니라 사이비 금융전문가의 불법금융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들 3개 벤처관련협회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돌아보고 자성하는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를 소생시키는 불씨를 지핀 것은 벤처였다.

10%를 웃돌던 실업률도 낮춰 주었다.

한국경제에 창업과 창의성이란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다시 고개를 드는 경제위기론속에 벤처는 여전히 희망으로 남아있다.

한국경제가 언제까지 자동차, 선박, 반도체만을 팔아 살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마당에 다양한 기술에 바탕을 둔 우수한 벤처기업이 이제 국제무대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 벤처기업의 통신기술 소프트웨어 단말기 등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벤처경영전문가인 존 네샤임 미국 코넬대 교수가 최근 방한기간중 "앞으로 다가올 무선통신시대에 한국은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국가와 더불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국가"라고 진단할 정도로 한국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은 희망을 걸만 하다.

장현준 사건은 뒤집어 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를 조기 가시화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라고 이름 붙였다고 다 벤처가 아니다.

벤처도 껍데기는 가고 알곡만 남아야 한다.

쭉정이가 타고 없어진 "알곡벤처"는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