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권 (주)엘칸토 이사는 지난 17일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이사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북한에는 무엇보다도 전기 항만시설 운송수단에 대한 투자가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인천항을 출발, 남포항을 거쳐 평양의 신발가공 공장까지 원자재 등을 운반하려면 물류과정이 여간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양의 관문으로 남한 교역업체 물류이동의 대부분을 소화해내고 있는 남포항 갑문은 하루에 고작 한차례 열린다.

제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선박들은 수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남포항은 또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수용할 수 없어 20피트짜리 소형 컨테이너만 이용되고 있다.

하역장비도 재래식이어서 크레인이 아닌 배를 이용한다.

이로인해 인천-남포간 컨테이너 1개당 운송비가 부산-유럽 항구간 운송비와 맞먹는 1천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국과 인접한 교통요지인 신의주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공단부지 조성을 위해 신의주를 한차례 방문했던 이정우 (주)현대아산 이사는 "신의주항에는 3천5백t급 이상의 선박은 접안이 불가능하다"며 "1만t급인 금강산 관광호의 3분의 1 이하급 선박으로만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항만설비는 대부분 30~50년씩 된 구소련제여서 항만기중기의 용량부족과 잦은 고장, 정전, 배후 물류기반의 취약성 등이 겹쳐 작업이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평양에서 임가공을 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남한의 원부자재를 평양으로 보내 임가공을 한 뒤 되가져 오는데 두달이나 걸려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도로사정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평양-남포간 왕복 10차선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지만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도 도로가 낡거나 대부분 비포장이다.

도로포장률 8%가 북한의 도로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철도와 교량도 낡고 오래돼 효율이 극히 낮다는게 방북자들의 전언이다.

화물을 수송하기 위한 자동차나 철도차량 역시 태부족이다.

이처럼 남북경협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물류비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한성선박이 남포항 설비개선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한성선박은 월 2~3회 인천-남포간 부정기선을 운행중인데 31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무이자로 10년간 융자받았다.

그러나 이는 상징적인 투자일 뿐이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복원에만 1천8백억원이 소요되며 이를 복선화할 경우 필요재원이 3조원으로 추정된다(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국제협력팀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호 북한경제팀장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북한의 SOC 시설확충에 필요한 총 소요액은 통일비용의 50%인 약 4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차원의 재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 7천억원, 남북협력기금 2천여억원 및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자금 4백억원이 전부다.

민간의 경우 재계공동기금을 조성하거나 국제금융기구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성할 수는 있다.

북한의 대일 청구권자금 50억달러와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1백6억달러도 남북경협사업에 투입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국제개발협회(IDA)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할 경우 가입후 5~7년내에 25억~45억달러를 차입할 수 있을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그러나 경협 초기단계에서는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북경협 초기에는 단절된 육로연결, 남한기업이 입지할 북한지역 주변의 교통망 정비 등 대북진출에 필요한 최소한의 육상운송수단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