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e-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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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나 총선시민연대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변혁을 보는 미국의
시각은 무엇일까.
한국을 꽤나 안다는 미국인들에게 물어보지만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며 오히려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것이 이곳의 분위기다.
우선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온통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압승을 거두며 주초에 끝난 아이오와 당원대회(caucus)와 다음 주로
예정된 뉴햄프셔 예비선거(primary)에 쏠려있다.
이 두행사는 10개월간 계속될 미국 선거대장정의 본격돌입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에 한국의 세기적 정치변혁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국무부와 의회, 그리고 미국 CIA요원으로 한국에서 오래 활동했던
인사에게까지 같은 질문을 던져 보지만 이들 역시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허탕치는 기분으로 한국 특파원을 지내다 이제는 타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대답이 의외로 쉽게 터진다.
이번에도 허탕이겠거니 했는데 그의 대답이 의외로 쉽다.
"더 살펴봐야겠지만 중국의 문화혁명과 홍위병을 연상시킨다"는 게
그의 반응이었다.
"경실련이나 총선연대를 홍위병으로 비유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추궁을
했다.
그러자 그는 "물론 이들을 모택동의 홍위병으로 비하할 수는 없다.
분명 한국인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긴 3김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군사독재의 잔재와 함께 부패한 정치인들을 청산해야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피플 ''파워(people power)'' 는 순수함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순수함이야말로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열쇠이자 본질"이라는
게 그의 대꾸였다.
이들의 순수성을 의심할만한 근거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이 미래의 대가를
내다보고 뛰는 홍위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며 그같은 노력에 대한 판단은 한국인들의 몫"
이라는게 이 외신기자의 평이다.
뉴 햄프셔의 행사가 끝나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면 미국언론은 한국의
정치흐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물을 것이다.
과연 한국의 시민혁명은 성공할 것인가.
성공이란 어떻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저 한풀이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악법도 법''이라는 법테두리와 ''상황적 당위''성 간의 균형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
열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생사람은 잡지말라고 했는데, 도매금
으로 넘겨지는 과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인사들의 구제방법은 무엇일까.
시민운동의 자금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또 이번 운동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인터넷과
정치간의 함수, 즉 ''e민주주의'' 는 한국정치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이같은 전자시대의 물결을 ''참여 직접 전자민주주의''
라는 말로 요약 설명하고 있다.
날로 떨어지는 투표율(40%대)로 고민하는 미국이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알래스카의 오지, 그리고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들까지 온라인상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되는 e 민주주의 시대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현상을 평가하는 김대통령의 분석력은 백점 짜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치권이 현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스스로의 개혁을 소홀히
한 까닭이라는 대통령의 오불관언식 비판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개혁은 대통령 스스로가 변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충선시민연대의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결론이랄수
있는 김종필씨에 대한 정계은퇴권고에 대해서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모습은 자기모순이며 대통령이 현실과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대표적
증거라는 것이 워싱턴의 지적이다.
"김대중대통령이야말로 운동장에서 뛰는 최고의 주전선수이지 관전평을 할
수 있는 입장과 위치에 있지 않다"는 한 교포의 촌평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 양봉진 워싱턴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
시각은 무엇일까.
한국을 꽤나 안다는 미국인들에게 물어보지만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며 오히려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것이 이곳의 분위기다.
우선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온통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압승을 거두며 주초에 끝난 아이오와 당원대회(caucus)와 다음 주로
예정된 뉴햄프셔 예비선거(primary)에 쏠려있다.
이 두행사는 10개월간 계속될 미국 선거대장정의 본격돌입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에 한국의 세기적 정치변혁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국무부와 의회, 그리고 미국 CIA요원으로 한국에서 오래 활동했던
인사에게까지 같은 질문을 던져 보지만 이들 역시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허탕치는 기분으로 한국 특파원을 지내다 이제는 타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대답이 의외로 쉽게 터진다.
이번에도 허탕이겠거니 했는데 그의 대답이 의외로 쉽다.
"더 살펴봐야겠지만 중국의 문화혁명과 홍위병을 연상시킨다"는 게
그의 반응이었다.
"경실련이나 총선연대를 홍위병으로 비유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추궁을
했다.
그러자 그는 "물론 이들을 모택동의 홍위병으로 비하할 수는 없다.
분명 한국인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긴 3김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군사독재의 잔재와 함께 부패한 정치인들을 청산해야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피플 ''파워(people power)'' 는 순수함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순수함이야말로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열쇠이자 본질"이라는
게 그의 대꾸였다.
이들의 순수성을 의심할만한 근거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이 미래의 대가를
내다보고 뛰는 홍위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며 그같은 노력에 대한 판단은 한국인들의 몫"
이라는게 이 외신기자의 평이다.
뉴 햄프셔의 행사가 끝나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면 미국언론은 한국의
정치흐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물을 것이다.
과연 한국의 시민혁명은 성공할 것인가.
성공이란 어떻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저 한풀이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악법도 법''이라는 법테두리와 ''상황적 당위''성 간의 균형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
열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생사람은 잡지말라고 했는데, 도매금
으로 넘겨지는 과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인사들의 구제방법은 무엇일까.
시민운동의 자금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또 이번 운동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인터넷과
정치간의 함수, 즉 ''e민주주의'' 는 한국정치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이같은 전자시대의 물결을 ''참여 직접 전자민주주의''
라는 말로 요약 설명하고 있다.
날로 떨어지는 투표율(40%대)로 고민하는 미국이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알래스카의 오지, 그리고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들까지 온라인상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되는 e 민주주의 시대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현상을 평가하는 김대통령의 분석력은 백점 짜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치권이 현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스스로의 개혁을 소홀히
한 까닭이라는 대통령의 오불관언식 비판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개혁은 대통령 스스로가 변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충선시민연대의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결론이랄수
있는 김종필씨에 대한 정계은퇴권고에 대해서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모습은 자기모순이며 대통령이 현실과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대표적
증거라는 것이 워싱턴의 지적이다.
"김대중대통령이야말로 운동장에서 뛰는 최고의 주전선수이지 관전평을 할
수 있는 입장과 위치에 있지 않다"는 한 교포의 촌평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 양봉진 워싱턴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