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씨 약력 ]

<> 43년 서울출생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졸
<> 서울대 신문대학원수료
<> 동양통신 외신부/정치부 기자
<> 동아방송 정치부 기자
<> KBS 뉴욕특파원, 외신부장, 뉴스앵커
<> 대통령비서관
<> 서울신문사 감사
<> 부경대학교초빙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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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와 공직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다 지난해초 정권교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직장을 떠나야했던 김기덕 전 서울신문감사.

그가 실직자의 좌절과 애환들을 글로 엮어 "백수되어 세상거꾸로보기"란
책을 펴내 화제다.

화려한 과거경력에 비추어 자신의 처절한 백수심경을 공개한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갑작스런 실직에 대비해 평상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책을 펴낼 결심을 했어요"

그는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책의 주제가 자신의 과거 사회적 지위에 비춰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라는 충고도 들었지만 실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현시점에서 분명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기에 용기를 내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력은 화려하다.

동아방송 정치부기자, KBS 뉴욕특파원 외신부장 뉴스앵커, 대통령
공보비서관, 서울신문 감사 등 보통사람 이상의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그런 그에게 실직이 찾아오리라는 건 본인은 물론 주위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는 "실직되고 나서 처음 3개월동안은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3개월동안 마신 소주만 해도 수십박스는 될 것"이라는 쓴 기억과 함께.
그가 직장을 잃은 때는 정권이 바뀌고 난 98년초.

서울신문이 마지막 직장이다.

책이 출판되고나서 주위로부터 "잘 지내는 줄 알았더니 그렇게 어려웠는지
몰랐다" "그렇게 힘든 생활을 하는데 전화 한번 못했다"는 등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주위에서 실직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본인 자신도 직업을 갖고 있을 때는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인다.

그는 실직의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고 듣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것을 새삼 느끼고, 듣고,
보게 됐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중생(Born Again)이라고 말하긴 쑥스럽지만 조그만 일에도
"감사할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그동안의 변화를 설명했다.

"하느님은 왜 꼭 역경을 통해 구원을 하시는지 전에는 이해를 못했어요.
기독교에 대한 일종의 저항감도 있었구요"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실직이후 점점 기독교적이 돼가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블루칼라의 실직자문제.

이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수백명의 실직자들이 저녁이면 밥을 타기위해 줄 서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한다.

"가진 사람들"이 좀 더 자제하고 성숙해져야 하는데 사회의 양극화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얼마전부터 부경대학교 초빙교수로 1주일에 한번 강의를 나가게 돼
완전 백수에선 벗어났다.

앞으로 기회가 오면 라디오방송의 시사 토크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 최완수 기자 wan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