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비정부기구)인 "인연모"(인구문제를 연구하는 모임)의 대표 김세계씨.

이번달에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몸이 몇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바다목장 개발 방향" "유전자 조작과 식량" "주거
공간으로서의 해저도시"란 세미나엔 토론자로 참석해야 한다.

외무부 장관과의 미팅도 잡혀 있다.

장관의 코멘트에 대한 자문 미팅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동남아 및 중남미국가에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자
장벽을 마련했고 이에대해 동남아.중남미 국가는 글로벌화를 막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외무장관은 인구문제로 생긴 현안인 만큼 그가 적격이라며 자문을 구해온
터였다.

주말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로 날아가야
한다.

새주거지를 찾아 우주여행을 떠나는 탐험대를 환송하기 위해서다.

김대표는 요즘 21세기의 최고 난제가 인구폭발이란 생각을 떨쳐버리질
못하고 있다.

<> Y2K보다 무서운 Y6B

유엔 통계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12일을 "60억명의 날"로 정했다.

지구 인구 60억명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맬더스가 1789년 "인구론"을 발표한 이후 인구문제는 여전히 적색경보
상태다.

2백년전 10억명에서 1백년전 18억명으로 늘었다.

지난 1백년간엔 42억명이, 최근 12년간엔 10억명이 증가했다.

"째깍"하는 순간 세계인구는 3명이나 증가한다.

지난 6월에 열린 유엔 인구억제 특별총회는 2050년 세계인구를 1백20억명
으로 추산했다.

98억명 수준에서 억제 가능하다는 94년 카이로 인구회의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지구는 제한된 땅덩어리다.

온실효과나 도시화로 경작지는 감소일로다.

미국 코넬대학은 지난 9월 83년 이후 1인당 곡물 경작지는 20%, 관개용수는
15%가 각각 줄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피멘털 교수는 "인구폭발을 해결 못하면 무자비한 자연의 자정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Y2K는 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를 나타내는 말.

60억명의 인구가 가져올 각종 문제는 Y6B(B는 10억을 나타내는 billion)로
표현한다.

인구학자들은 Y6B가 에너지.환경.식량문제와 직결되는 범지구적 문제라며
그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

인구증가의 편중성도 문제다.

폴 케네디는 "21세기 준비"에서 "2055년까지 인구증가의 95%는 개발도상국의
몫"이라고 단언했다.

지금과 2025년을 기준으로 나이지리아는 1억1천3백만명에서 3억1백만명,
케냐는 2천5백만명에서 7천7백만명, 인도는 8억5천3백만명에서 14억5천만명
으로 늘어날 것이란 추계가 있다.

이들 국가가 "다산과 빈곤의 악순환"을 헤어나기란 힘들어 보인다.

<> 제한된 지구의 능력

미국의 인구학자 폴 에리히는 지난 68년 "인구폭탄"에서 인구과잉이 기근과
질병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의 능력을 넘어서는 인구폭발이 이뤄지면 식량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
이다.

산아제한이 확산돼도 인구문제는 이어진다.

"당분간 사망자보다 신생아가 많고 산아제한이 이뤄져도 인구문제는 대형
유조선이 속력을 줄일때 처럼 상당히 진행될 것"(폴 케네디, 21세기 준비)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량자원 개발 노력은 더욱 구체화될 수 밖에 없다.

유전자 조작으로 우량 품종을 탄생시키거나 땅힘을 키우는 자양분을 만드는
노력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각 국가들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생명공학을 더욱 발달시키리란 추론도 가능
하다.

자원의 보고인 바다를 식량생산 기지화하는 사업도 각광받을 분야다.

인구폭발이 환경오염과 자원고갈로 이어지는 점을 생각하면 대체에너지
개발속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해저상의 자원을 채취하는 방법이나 조력.풍력.핵융합발전소 개발도 본격화
될 것이다.

지구밖으로 관심을 돌리면 지구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항공우주공학이나 천체관측 장비의 발달로 생존여건을 갖춘 행성찾기도
구체화된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했던 장면들이 실생활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해저도시나 달기지로 떠나는 친척, 새행성으로 이사하는 이웃 등등.

<> 인구 라운드 시대

고밀도지역에서 저밀도지역으로 인구가 옮아가는 "인구 삼투압"은 21세기
들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중남미나 아시아지역의 인구는 벌써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수송수단이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구촌화가 심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규모는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인구 멜팅팟(도가니)"으로 불리는 미국을 보자.

90년부터 2025년까지 25% 가량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남쪽 이웃인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증가율은 88%와 2백25%이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현재 시간당 1백25명, 하루 3천명, 연간
1백10만명이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중 70%는 그대로 체류한다.

인구폭발로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처한다면 탈출 러시는 더욱 심해질게
뻔하다.

바로 이점에서 21세기 다국간 협상의 형태를 점칠 수 있다.

"인구 라운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인구 라운드"는 기존 협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레바논 유혈사태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간 인구비중 변화에 대한 우려감
이 깔려있다.

코소보 분쟁도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사이의 비슷한 감정이 작용했다.

"1인 1표"로 대변되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인구비중에 집착토록 만든다.

사람 머릿수가 곧 여론이다.

유효득표로 이어지면 그대로 힘이 된다.

30년대 지구 인구의 35%를 차지했던 백인은 2020년께 10%대로 뚝 떨어진다는
추계가 있다.

국가간 "인구 엑소더스"가 시작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