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겸 선생님이라고나 할까요. 집에서처럼 즐겁고 편안하게, 하지만
선생님처럼 철저하게 지도해야 돼요"
서울 금천구 독산 4동 소재 구립도서관 앞에 살고 있는 이순옥(35) 씨는
지난 10월 초부터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석달째이므로 가사를 돌볼 틈도 없이 바삐 움직일 거라 짐작했지만
그녀는 예상을 깨고 느지막이 오후 1시쯤 출근한다.
그나마 독산동 자택 3층에서 컴퓨터공부방이 꾸며진 1층으로 내려갈 뿐이다.
이씨가 집앞에 내건 간판에는 "에코스쿨"(02-863-0292)이라고 쓰여 있다.
최근 등장한 컴퓨터공부방의 이름이다.
컴퓨터공부방은 말 그대로 컴퓨터를 이용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으로
그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다.
학습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한문 컴퓨터 등 학교에서 배우는
거의 모든 기초과목이 포함된다.
"컴퓨터 세대라서 그런지 공부도 컴퓨터로 하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이죠.
전 자율학습을 감독하듯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게 임무예요. 진짜 공부는
컴퓨터와 아이들이 알아서 합니다"
아이들은 이씨가 짜주는 계획에 따라 시간을 배분해 공부할 과목을
선택한다.
그러면 모니터에 요점정리와 학습문제가 뜨고 아이들은 컴퓨터를 책 삼아
공부하는 것이다.
일반 종이 문제집이나 참고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컴퓨터가 아이들의
학습상태를 완벽하게 기억하고 관리한다는 점이다.
무슨 과목을 몇 시간 동안 얼마만큼의 정확도를 가지고 공부했는지가
데이터로 남는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취약한 부분만을 쏙 뽑아 학습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씨의 역할이라는 것은 처음에 컴퓨터 조작법을 가르쳐주고 혹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목만 편식하듯 공부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것, 그리고
컴퓨터에 기록으로 남은 틀린 문제들만 모아 인쇄해주는 정도다.
만약 이씨의 역할이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직접
공부를 가르친다면 불법과외에 속한다고 한다.
이씨는 건축내장재 도매업을 하던 남편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업을
접는 바람에 부부창업의 형태로 남편과 함께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학습 내용을 직접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일도 아니라서 금세 일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니까 집안이 공부하는 분위기가 된 게 반갑죠. 오전엔
집안일도 다 할 수 있어요. 또 아직 어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라 칭찬해
주면서 지도하면 말도 잘 듣고 예뻐요"
이제 그녀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전업주부들에게 가정집 창업
아이템으로 이 사업을 권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가정집에서 창업하면 임차보증금이 따로 들지 않기 때문에 창업비용도
낮아진다고 했다.
이씨도 그렇게 창업비용을 낮췄다.
본사가맹비 4백95만원, 컴퓨터책상 및 집기 1백50만원, 컴퓨터 7대 구입비
8백40만원등을 합한 1천4백85만원이 투자비용의 전부였다.
컴퓨터도 남편이 용산에서 부품을 구입해 조립한 것이라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여 이제 석달째에 접어든 지금 회원 수는 20명.
회비가 10만원이므로 월매출액은 2백만원이다.
남편과 함께 하는 일이므로 아직 적다 싶은 금액이지만 나가는 돈이 거의
없어 앞으로 전망이 밝다.
전기요금 5만원, 통신요금 10만원, 판촉비 10만원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가
고스란히 순수익으로 남는다.
"돈 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벌써 전 선생님이 다 된 기분이네요. 제가
지도하는 애가 성적이 올랐다니까 그렇게 기쁘더라고요"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던 재미와 보람까지 느낀다며 아이들 사이에 섞여 밝게
웃었다.
문의(02)3424-5424
< 서명림 기자 mrs@ 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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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이렇게... ]
컴퓨터공부방 운영은 아이들에게 애정이 있고 적당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에코스쿨에서 사용하는 학습프로그램은 (주)세종교연에서 개발한 것으로
교육부 산하 교육지원센터에서 전과목품질인증을 받았다는 것이 본사측
얘기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누구나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다.
본사에서는 특히 고학력 전업주부라면 가장 좋다고 권한다.
본사는 창업지원자를 위해 상권분석과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해준다.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이나 주택가가 입지로서는 가장 훌륭하다는 것이
본사 관계자 얘기다.
가정집 창업은 컴퓨터 5대 이상, 10평 내외의 공간이 요구된다.
그 정도면 창업비용은 1천2백만원 가량 들어간다.
창업비용중 본사가맹비 4백95만원에는 랜(LAN) 설치비와 각종 교육용
프로그램 구입비가 포함돼 있다.
가정집에서 창업이 여의치 않으면 사무실을 따로 얻어도 좋다.
이 경우 임차보증금이 추가로 들어가므로 창업비용이 많아진다.
따라서 처음에는 자택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강학생이 늘고 자신감이 생길 때 보습학원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본사측은 밝혔다.
컴퓨터 시스템은 개별 구입도 가능하고 본사에 의뢰해 마련할 수도 있다.
계약에서부터 오픈까지 길어야 한달 이내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천리안 GO LKH) 이경희 소장은 "컴퓨터 공부방은 해당
동네의 토박이나 반상회 등에 자주 나가 인맥이 좋은 주부가 하면 성공가능성
이 훨씬 높다"며 "특히 교사나 학습지 교사출신에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