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특구 '동대문사람들'] (11) '변화와 도전'
최근 미국 PC업계의 1위 회사로 올라선 델 컴퓨터의 모토다.
델 컴퓨터는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제품을 온라인 상에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 중간유통 단계를 최대한 압축함으로써 창사 16년만에 미국 최고의
PC업체로 성장했다.
"직접 팔아라"는 델 컴퓨터만의 키워드가 아니다.
한국의 패션밸리로 떠오르고 있는 동대문시장 역시 이같은 다이렉트 마케팅
을 도입하기 위해 대변신중이다.
변신의 진원지는 디자이너클럽, 혜양엘리시움, apM 등 도매쇼핑몰들이
밀집해 있는 동부상권이다.
"지금 동대문시장에선 유통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소매간의 업태
구분이 무너지고 있는 거죠. 도매상인들은 더이상 소매상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자신이 만든 제품을 팔려고 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양희 박사)
실제로 최근 대구에 문을 연 갤러리존, 청주의 메가폴리스 등 지방쇼핑몰들
의 핵심상인은 동대문 사람들이다.
동대문의 도매상들은 더 이상 지방소매상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접 지방소비자들을 찾아간다.
"동대문 변신"의 또 다른 키워드는 "동대문 딜레마"의 극복이다.
"동대문쇼핑몰은 재래시장입니다. 상인들의 마인드 역시 재래시장 상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동대문을 백화점으로
여기죠. 그만큼 서비스와 품질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상인과 소비자간의
인식차에서 딜레마가 생기는 겁니다"(두산타워 마케팅팀 차수현 부장)
이같은 딜레마로 인해 실제로 동대문에선 상품교환, 환불, 서비스를 놓고
상인과 소비자간의 크고 작은 언쟁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벌어진다.
백화점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당당히" 환불을 요구하고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키 위한 움직임은 두산타워, 밀리오레 등이 위치해 있는
서부상권(소매상권)을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서부상권의 쇼핑몰들은 신용카드사용, 상품권발행, 소비자상담전화운영
등을 통해 백화점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있다.
두산타워의 경우 현재 판매상품 가격표시제 도입을 추진중이며 프레야타운
은 상인친절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서부상권 쇼핑몰들의 "백화점식
서비스로의 전환"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동대문이 패션메카로 성공을 거두면서 외부의 도전도 만만찮다.
우선 남대문시장에는 메사, 굳앤굳과 같은 대형쇼핑몰들이 차례로 오픈을
앞두고 있어 동대문시장에 이미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밖에 밀리오레 2호점을 중심으로 하는 명동상권, 부산의 르네씨떼, 대구
의 베네시움 등과 같이 지방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쇼핑몰 역시 동대문에겐
신경쓰이는 경쟁상대다.
최근에는 백화점까지 동대문과의 한판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경우 이달말께 지하 1층 매장을 동대문의 도매전문
상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동대문에 뺏긴 10대 고객들을 다시 백화점으로 끌어 모은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동대문의 위협적인 도전자는 백화점이나 남대문상권이 아니라는게
상당수 상인들의 솔직한 지적이다.
"동대문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도전을 이겨내야 합니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한다면 동대문은 다시 삼류 시장으로 전락합니다. 물건만 팔면
된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정보교류, 공동수출과 같은 네트워킹 작업에
매달려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수 있습니다"
두산타워에서 히어로스페이스라는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대문상권의
발전을 위한 연구에 정열을 쏟고 있는 신용남 사장이 동대문의 상인 모두
에게 들려주는 애정어린 호소다.
< 최철규 기자 gr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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