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 : 자연과 건축
<> 규모 : 건축면적-46.17평, 연면적-114.53평 대지면적-92.83평, 지하1층
지상2층.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573번지
<> 준공 :1999.5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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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 있는 집"은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집주인은 중견 조각가인 정관모.김혜원씨 부부다.
그래서 집이름도 "조각이 있는 집"으로 붙여졌다.
이 집은 전체적으로 정씨의 작품을 형상화해 지어졌다.
그러면서도 계단실 창문 출입구 등의 구성요소들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계단실이다.
건물중간에 위치한 계단실은 시골마을의 장승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검은색과 빨간색 띠를 두른 직육면체 형상으로 외관의 포인트 역할을 한다.
한국적 토속미를 강하게 드러내는 정관모씨의 작품성향을 컨셉트로 도입한
것이다.
집을 수호하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 설계자의 설명이다.
옥상엔 하늘을 향해 꺾어진 평판지붕을 길게 배치해 강한 조형미를
드러냈다.
2층 베란다엔 지붕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굵은 기둥을 일렬로 세웠다.
실내공간도 외형만큼이나 재미있다.
틈새마다 작품을 배치하는 공간이 있어 집 자체가 하나의 작은 갤러리다.
현관을 통해 들어가면 "문방"이라고 이름붙인 마루가 놓여져 방문객들을
맞는다.
전통주택의 마루를 그대로 재현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마루의 반층위엔 거실과 서재가 위치해 있고 곧바로 이어지는 위층엔 부엌과
부부침실이 있다.
각 실에서는 북한산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경에 따라 적절한 높낮이로 실내 공간을 배치했기때문에 얻어진
조망권이다.
이로인해 각 실간 이동도 수월하고 사적인 공간과 손님맞이 공간도
자연스럽게 구분됐다.
지하공간도 돋보이는 곳이다.
정문과 쪽문을 통해 들어서면 바로 지하로 연결된다.
지하엔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이 있고 앞쪽엔 선큰가든(지하마당)을 만들어
햇빛을 끌어들였다.
지하실 입구에는 "머무는 공간"이란 작고 아담한 연못이 있다.
그 옆의 틈새엔 대나무가 심어진 "흙의 공간"이 놓여있다.
조그맣게 열린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빛과 수면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풍경이
일품이다.
대형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남편의 작업실은 지하주차장과 붙어있다.
작품을 쉽게 들여오거나 내보내기 위해서다.
아내의 작업실은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꾸며 남편
작업실과 차별화시켰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 집은 도로에서 약간 안쪽으로
지어졌다.
도로의 높은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북악산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하기위해서다.
"내집 내맘대로 짓는다"는 생각이 팽배한 풍토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