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 미국 대통령 >

미국 상원이 포괄 핵확산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거부한 것은 매우
실망스런 일이다.

이 조약은 핵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미국인은 물론 인류를 보호하기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쟁취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상원이 거부했다고 해서 조약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이 가공할 핵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열의 선두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시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류에 다시 한번 강조한다.

상원의 비준거부는 미 정부의 핵확산 금지노력을 다소 우회시켰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은 항상 그래왔듯이 다시 정도로 돌아갈 것이며 결국 이 조약도
비준될 것이다.

이 조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계 각국이 핵무기를 개발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는 미래의 우리 자손과 현재의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일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미국정부는 이 조약에 대한 전세계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 92년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지속해 왔다.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도 미국의 이 정책을 지지하면서 공조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나라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나라들이 핵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이 조약에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 이를 비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조약이 있어야 핵실험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국제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 핵실험을 한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은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이 비준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단지 이같은 이익을 포기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최고 군사령관들의 충고마저 저버렸다.

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비롯 저명한 과학자들의 조언마저도 무시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시절부터 추진돼 온 이 조약을 지지해
온 미국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다.

미국 국민들은 미국은 물론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불필요한 핵실험이
행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서도 이 조약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양심에 따라 투표했다면, 그리고 좀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을
했더라면 많은 상원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미 상원에서 이 조약에 반대한 사람들은 지난 2년간 단 한차례의 공청회를
여는 것도 거부했다.

그리고 표결직전에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겨우 3일간의 청문회와 24시간의
토론만을 가진지 1주일만에 이를 부결시키고 말았다.

그들은 표결을 연기하고 모든 문제들을 검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
져달라는 나의 요구를 묵살했다.

심지어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이 조약의 관련전문가들의 진술을 듣기도
전에, 그리고 조약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이미 반대 입장을
정해 버렸다.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

핵무기에 관한 어떤 조약도 이번처럼 경솔하고 무모하게, 그리고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된 적이 없다.

상원은 조약을 포함한 주요 국가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조언을 해야 할 헌법
상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상원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핵실험 금지조약은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정치적인 이유로 찬성 또는
반대할 성격의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핵무기 확산을 막고 핵전쟁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

우리는 이런 의무에 부합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이 좀 더 위험하고 고도화된 무기를 실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조약에 대해서 비준할 수 있을까.

인도나 파키스탄의 경우는 어떤가.

아마 상원은 "노"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핵 위협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 조약이 효력을
발생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핵실험 금지조약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미국인들의 지혜를 믿는다.

따라서 이른 시일내에 결국 이 조약이 비준될 것으로 확신한다.

미국은 11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회원국을 비롯 핵무기 비확산을 위해
쏟아온 우리의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국가들을 외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강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핵확산 금지조약이 비준되도록 해야 한다.

< 정리=김선태 기자 or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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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미상원이 핵확산금지조약 비준을 거부한 직후 빌 클린턴
대통령이 행한 연설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