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컴퓨터메이커인 롄샹(연상)의 류촨지(류전지) 총재.

컴퓨터 불모지대인 중국에서 컴퓨터벤처기업을 세웠고 IBM 컴팩 등 외국
기업의 공세로부터 자국 PC시장을 방어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국 산업계 개혁개방의 상징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롄샹의 성공을 통해 국유기업도 경영만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그의 경영 원칙은 많은 중국 기업의 연구 대상이다.

베이징(북경)의 실리콘벨리로 통하는 중관춘(중관촌)에 있는 롄샹 본부에서
21세기를 향해 무섭게 뛰고 있는 중국 기업인의 모습을 상징하는 그를
만났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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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롄샹이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산물이자 성공한 국유기업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롄샹이 설립된 것은 덩샤오핑(등소평)시기 개혁개방 정책이 불붙기 시작
했던 지난 1984년 11월이다.

당시 나를 포함한 11명의 중국과학원 소속 젊은이들이 창업했다.

PC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모험이었다.

과학원으로부터 받은 자금 20만위안(1위안=약 1백40원)이 창업자금의 전부
였다.

이렇게 국유기업으로 시작한 롄샹은 작년 매출액 규모 1백76억위안, 종업원
7천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작년 중국에서만 76만3천대의 PC를 판매, 3년 연속 IBM 컴팩 등 외국 컴퓨터
회사를 제치고 중국내 최대 시장 점유율 자리를 지켰다.

롄샹이 국유기업 성공 모델로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롄샹의 주요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라는 광대한 시장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산하 연구소인 중국과학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잇점이었다"

-롄샹은 총재의 경영철학 덕분에 IBM등 외국 업체를 따돌리고 PC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국유기업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해간 게 적중했다고 본다.

중국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허약한 관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연구개발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경영전반에 통일적인 관리체계
를 도입했다.

각 단계간 단절을 없애 회사 전체를 통일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모든 경영활동은 시장을 기반으로 계획을 짰다는 점이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연구 개발했고 수급에 맞춰 생산했다.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먼저 실현했다.

돈이 기술을 만들고 기술이 돈을 만든다는 단순한 시장의 원리를 앞서
받아들인 것이다.

많은 중국 국유기업이 이제 시장에 눈을 뜨고 있다.

앞으로는 시장이 국유기업 개혁을 재촉할 것이다"

-롄샹이 외국 업체와 경쟁해 이긴 요인 중 하나는 전국에 퍼진 유통망에
있다고 본다.

어떤 체제로 형성돼 있는가.

"현재 중국 전역에 약 2천개의 유통체인을 갖추고 있다.

이는 외국 기업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우리 고유의 경쟁력이다.

우리가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무->공->기라는 발전 전략 덕택
이었다.

무는 상품의 판매 유통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시장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계산기 판매에 중점을 뒀던 롄샹의 초기 경영 모델이었다.

공은 제품의 생산 제조단계로 부품을 들여오거나 개발해 PC를 만든다.

지금 롄샹이라고 보면된다.

기는 고도기술 개발 보유 단계다.

앞으로 롄샹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종합정보기술 업체로 성장할 것이다"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는가.

"지난 93년은 나와 롄샹에게 시련의 한 해였다.

당시 외국 컴퓨터업체들이 중국시장에 물밀듯 밀려들었다.

중국 PC시장의 80%를 외국회사가 장악했다.

연초 3만대의 PC 판매 계획을 세웠으나 2만대밖에 팔지 못했다.

그 어렵던 시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영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 작업을
했다.

시장 지향적인 경영, 통일적인 관리체계를 갖췄다.

롄샹은 경영 인프라를 구축한 후 공격적인 시장전략을 짰다.

펜티엄급 PC가격을 1만위안이하로 끌어 내렸다.

IBM 컴팩 등 외국 업체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가격이었다.

당시 중국의 PC수준은 선진국보다 한 발 뒤졌다.

첨단 부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됐기에 가격파괴가 가능했다.

결국 창청(장성)등 다른 중국 PC업체와 함께 저가공세를 펴 외국업체에
빼앗겼던 PC시장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롄샹을 중국의 IBM이라고 평가한다.

"영업 방향이 미국 IBM과 비슷해서 나온 말이다.

롄샹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정보기술컨설팅 등 종합 정보기술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최소한 중국내에서는 IBM과 견줄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

롄샹은 이미 중국 PC시장의 최강자가 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IBM 컴팩
등에 이어 제3위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롄샹은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있기에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볼 때 IBM에 한 참 뒤진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중국 컴퓨터 시장은 앞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나.

"중국의 컴퓨터 보급율은 일부 개방 도시를 제외하고는 매우 낮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컴퓨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시장조사전문 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내 컴퓨터
보급대수는 약 1천만대에 달한다.

오는 2003년에는 3천5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3년동안 한 해 약 1천만대의 컴퓨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정보기술업체에 대해 어떤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가.

"정보기술 분야를 21세기 최고 유망산업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엄격한 관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징수율을 기존 17%에서 6%로
내리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롄샹이라고 해서 더 이상의 특별한 우대조치는 없다"

-정보기술 업체는 연구개발(R&D)이 중요하다.

이 분야 투자는 어떻게 하고 있나.

"최근 롄샹연구원이 설립됐다.

베이징(북경)과 선전에 연구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홍콩증시에서 지분 7%를 매각, 10억위안의 현금을
확보했다.

종합정보기술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 깔기라고 해석해 달라.

롄샹은 30여개의 기술 특허를 갖고 있다"

-중국에서도 인터넷 붐이 일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중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시장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인터넷 사용자는 현재 약 4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오는 2003년에는 1천6백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롄샹은 여러 방면에서 인터넷 시대에 대비해 왔다.

2002년 이전까지 모든 사업을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다.

미국 IBM이 최근 인터넷 사업을 강화키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외국의 전자상거래(EC)붐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회계 재무 재고관리 등 중국의 기업이 요구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인터넷 사업도 시장의 변화와 수요에 맞춰 추진될 것이다"

-사무실 분위기가 매우 역동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총재의 인사정책이 궁금하다.

"젊은이들이 롄샹의 주역이다.

회사 평사원의 평균 연령은 28.5세, 관리층 인사는 31.5살이다.

평사원을 뽑을 때는 재를 중시한다.

관리층 인사를 영입할 때는 재와 덕을 겸비한 사람을 찾는다.

유능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한 보수를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창의를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게 나의 일이다"

-류 총재만의 고유 경영 전략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함대식 경영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롄샹그룹이라는 항공모함을 앞세우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등 호위
함이 뒤따르는 형태다.

각 호위함들은 자율권을 가지면서도 통합 작전에 참여한다.

그 주변에는 또한 수많은 부품공급업체들이 포진하게 된다.

회사의 모든 역량은 정보기술에 모아진다.

함대는 무역(무)에서 제조(공)로 또다시 기술(기)로 이어지는 해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연구개발(R&D)분야는 항공모함의 기관실에 비유될 수 있다.

정보기술산업 내에서 다원화를 추구하고 통합된 컴퓨터 관련 제품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나름대로 경영의 3원칙을 만들었다.

사업을 추진할 최정예 그룹을 만들고(건반자), 최적의 전략을 수립(정전략)
한뒤, 통일적으로 대열을 통솔한다(대대오)라는 것이다.

롄샹의 모든 사업은 이 원칙에 따라 계획 추진된다"

-이제는 세계 시장으로 나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국내시장을 위주로 사업을 펼쳐나가되 점차 국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국내시장은 어느 정도 다진 상태다.

홍콩을 중심으로 세계 21개 도시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도시바 HP 시스코 등 20여개 해외 주요 정보기술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선진정보기술을 받아들이기 쉽다는 얘기다.

롄샹은 특히 삼성전자로부터 모니터 CD롬 등을 공급받는등 한국 업체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외국업체들은 롄샹을 통해 중국 컴퓨터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총재의 밀레니엄 경영 구상을 듣고 싶다.

"우선 내년 매출액 30억달러를 달성해 정보통신업계 세계 1백대 기업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지금 매출액 증가 추세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높다.

2005년에는 매출액을 1백억달러로 끌어올려 세계 5백대 기업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한 종합 정보기술업체로 성장해 렌샹 이라는 브랜드
지명도를 IBM HP과 같은 반열로 올려놓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